SK의 송은범, 두산의 랜들이 맞붙은 한국시리즈 4차전. 4선발과 에이스의 맞대결은 누가봐도 랜들을 내보낸 두산의 우위가 엿보였다. 2승 1패로 한 발 앞서있던 김성근 감독도 이 경기는 송은범에 이어 가득염, 이영욱, 김원형 등 아직까지 한 번도 등판하지 않았던 투수들을 기용해 연투하던 투수들을 쉬게 하고, 남은 투수들의 컨디션 조절을 하며 숨 고르는 경기로 나갈 인상을 심어줬다. 그러나 예상외로 투수진들이 두산 타선에 잘 버텨주고, 공격도 적시에 쉽게 득점을 해내자 6회 정우람을 시작으로 조웅천, 이승호 등의 이기는 경기 투수들을 기용하기 시작해 막판에는 2차전 선발 채병용까지 투입하며 손에 들어온 시합을 이기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해 나갔다.
전날 11안타 2득점, 이날 7안타 1득점. 두산의 타격 감각은 전혀 나쁘다고 할 수 없었다. 다만 SK 전력 분석팀이 점지해 준 곳으로 골라가며 공을 때리는 통에 적시타가 나오질 못했다. 두산의 타구가 가는 길엔 언제나 녹색의 그라운드가 아닌 빨간 옷의 선수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전날 6회 2사 만루에서 조웅천에게 풀카운트 끝에 삼진으로 물러났던 유재웅은 4차전에서도 8회 채병용에게 풀카운트에서 삼진을 당해 공격형 외야수의 가치를 전혀 살려주지 못했다. 랜들은 7이닝 3실점으로 올해 포스트시즌 첫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패전투수의 멍에 뿐 이었다.
9번 전상열에서 3번 김현수까지 4명 연속 좌타자에서 3차전 오재원과 고영민을 맞바꾸고 4차전 다시 전상열을 8번으로 올리며 좌타자 집중도를 줄이고자 노력했던 김경문 감독은 승부의 키가 돼줘야 하는 이종욱과 김현수가 9타수 무안타로 나란히 부진에 빠져 아무런 힘도 써보지 못하고 SK에게 3연패, 지난해부터 한국시리즈 잠실 경기 5연패의 수렁에 허우적댔다. 김성근 감독은 아예 상위 타순의 좌타자 대신 6번 오재원 타석에서 이승호를 내세우는 작전을 써 7회 무사 1,3루의 위기를 단 1점의 실점도 없이 막아냈다.
올 시즌 잠실에서 열리는 프로야구의 마지막 경기, 하지만 두산이 패한다면 한국 야구의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는 한국시리즈 5차전. SK는 나흘을 쉰 에이스 김광현이, 두산은 사흘 휴식만에 마운드에 오르는 김선우가 각각 선발로 내정됐다. 벼랑 끝에 몰린 두산으로서는 이래저래 쉽지 않은 승부가 될 전망이다.
-엠엘비파크 유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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