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올림픽대표팀의 스트라이커 박주영(23·FC서울)은 언제쯤 골 감각을 회복할 수 있을까.
2008베이징올림픽 앞두고 있는 박주영은 올림픽호에서 2006년 11월 일본과의 친선전 이후 6경기째 침묵하고 있다. 성인대표팀에서는 월드컵 3차 예선에서 2차례 골을 터트렸지만 이 또한 페널티킥 골이었다. 필드골은 2월 17일 열린 동아시아선수권 중국전 2골 이후에는 없다. 소속팀에서도 4월 6일 광주전 이후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어시스트 2개만을 기록했을 뿐이다. 박주영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전문가들의 눈을 통해 살펴본다.
○ 빠른 결정과 슈팅이 절실 (축구협회 기술위원들)
축구협회 기술위원들은 코트디부아르전을 지켜본 뒤 박주영이 슬럼프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빠른 의사 결정과 적극적인 슈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격 때 볼을 받은 이후 패스해서 동료를 이용할 지, 수비수를 상대로 1대1 돌파를 할 지, 과감한 슈팅을 시도할 지 등 후속 플레이를 빨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의사 결정이 늦다보면 슈팅이나 패스 타이밍을 놓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박주영은 코트디부아르전 전반전에 슛을 주저하다 2번의 결정적인 찬스를 놓쳤다. 그 뿐 아니라 이런 플레이가 반복되면 슈팅 등 플레이에 대한 자신감도 동반 하락하게 된다는 게 기술위원들의 지적이다. 강영철 기술위원은 “과테말라전과 비교하면 박주영의 플레이가 한결 좋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슈팅의 강도, 공간을 찾아다니는 움직임 등은 많이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그는 “전체적인 플레이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에 빠른 의사 결정과 간결한 플레이를 펼치다 보면 득점력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 부담감 떨쳐 버리는 것이 급선무 (박성화 올림픽팀 감독)
올림픽에서 8강에 진출하기 위해 박주영의 득점력 회복이 절실한 박 감독은 “기술적인 부분은 꾸준한 훈련으로 극복할 수 있지만 자신감 등 정신적인 부분은 주변의 도움 뿐 아니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올림픽팀 훈련 초반 박주영의 흐트러진 슈팅 자세를 잡아주기 위해 반복 훈련을 주문했다. 최근 골이 나오지 않자 조급하게 플레이를 했고, 이런 이유 때문에 자세가 나빠졌다는 분석에 따른 처방이었다. 반복 훈련 덕분에 슈팅 자세는 많이 안정됐다고 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인 골에 대한 부담 등 심리적인 부분은 풀리지 않고 있다. 박주영은 27일 코트디부아르전에서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2-3차례나 놓쳐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박 감독은 숙소에서 박주영과 당구를 치면서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애제자의 심리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 감독은 “주영이가 골에 대한 부담을 버리고, 동료들의 골을 돕는 등 편하게 플레이를 하다보면 득점력도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자신감 찾고 당당해져야 (황선홍 부산 감독)
국내 최고의 스트라이커 출신인 황선홍 부산 감독은 일단 경기력 측면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고 진단했다. 황 감독은 “어제 경기를 포함해 박주영이 뛴 여러 경기를 봤는데 큰 문제는 없다. 컨디션도 좋고 의욕적이어서 언제라도 골을 터뜨릴 수 있을 것 같다. 부진하다가 다시 원위치로 돌아오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지금이 바로 그 중간 과정이 아닌가 싶다”고 평했다.
하지만 황 감독은 박주영의 심리적인 부분은 안정된 상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가 코트디부아르와의 경기 도중 옆에서 들어오던 이근호를 보지 못하고 스스로 왼발 슛을 때려 옆 그물을 맞춘 장면. 황 감독은 “이를 보면 박주영이 심적인 부담에 판단력이 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언론 등 주위에서 하는 얘기에 너무 신경을 쓰는 것 같다”며 “자신감을 가지고 좀 더 당당하게 대처하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경기 흐름에 자연스레 순응하면서 때를 기다리라는 조언도 곁들였다. 황 감독은 “욕심을 내지 말라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때는 꼭 득점보다 도움 등 팀 전체 플레이에 녹아들겠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나서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고 말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a.com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