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아스의 매직이냐, 조광래 감독의 컴퓨터 분석이냐.´ 한국 축구의 최강자를 가리는 2008하나은행 FA컵 전국축구선수권대회 우승 타이틀이 21일 오후 1시25분 제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포항스틸러스와 경남FC의 맞대결로 판가름나게 됐다. 우승 상금 2억원이 걸린 시즌 마지막 경기는 양 팀 감독들의 지략대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포항과 경남은 지난 18일 제주공설운동장에서 벌어진 대회 준결승전에서 각각 대구FC와 고양 KB국민은행을 꺾고 결승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공격축구´로 무장한 대구를 2-0으로 완파하고 결승에 오른 포항은 11월22일 벌어진 정규리그 6강 플레이오프에서 울산 현대에 패해 ´디펜딩챔피언´으로서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했다. 올시즌 무관의 설움을 씻기 위해 끈끈한 조직력으로 똘똘 뭉친 포항은 대구를 상대로 완벽한 공격과 수비의 조화를 선보이며 두 골차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날 세르지오 파리아스 포항 감독(41)이 보여준 냉철한 판단력과 적시의 용병술은 포항을 승리로 이끈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경기 중반, 파리아스 감독은 선발로 나선 스테보(26)와 남궁도(26)를 포함한 공격진이 이렇다 할 공격력을 선보이지 못하자 벤치에 있던 노병준(29)을 불러 교체 준비를 했다. 하지만 전반 32분, 스테보가 아크 정면에서 수비수 사이로 흘러나온 공을 오른발로 강하게 찬 볼이 골포스트를 때렸고 이후 포항의 공격은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경기 흐름이 넘어오고 있다는 것을 간파한 파리아스 감독은 옆에서 몸을 풀고 있던 노병준을 다시 벤치로 불러들였고, 상승세를 타고 있던 경기 흐름은 그대로 유지됐다. 포항은 적극적인 공격으로 대구의 수비진을 흔들었고, 결국 상대 수비수 레안드로(29)의 핸들링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얻어내, 손쉽게 선제골을 챙겼다. 파리아스 감독의 명장다운 용병술은 후반전에도 빛을 발했다. 후반 8분 스테보를 빼고 노병주을 투입한 파리아스 감독은 5분 뒤인 후반 13분 남궁도마저 불러들여 최전방 투톱에 많은 변화를 줬다. 남궁도를 대신해 파리아스 감독이 꺼내 든 카드는 공격력이 뛰어난 스트라이커 이광재(28)였다. 1-0으로 아슬아슬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도 공격력이 좋은 대구를 상대로 맞불로 승부수를 던진 파리아스 감독의 지략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교체 투입된 이광재는 후반 36분 최효진이 크로스한 공을 재치있는 백헤딩 슛으로 연결, 포항의 두 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현역 시절 ´그라운드의 컴퓨터´라고 불릴 정도로 정확한 패스와 상대 팀에 대한 냉철한 분석으로 명성을 날렸던 경남 조광래 감독(54) 또한 만만치 않은 전술가로서 멋진 승부를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실업축구팀인 고양KB를 맞아 막강한 공격력을 보인 경남은 이날 4골을 뽑아낸 김동찬(22)의 활약에 힘입어 5-0으로 승리, 2006년 팀 창단 이후 첫 결승 진출을 일궈냈다. 계약해지 및 부상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선수가 11명밖에 되지 않았던 고양KB였지만, 조 감독의 선택을 받은 인디오(27, 브라질)와 김동찬 투톱 조합은 팀에 사상 첫 5골차 승리를 선물했다. 절정에 오른 골감각을 과시한 김동찬과 호흡을 맞춘 인디오는 이날 ´3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경기 전 조 감독은 김동찬에게 ´장신인 상대 수비수가 순발력이 떨어지는 점을 공략하라´고 주문했고, 김동찬은 감독의 주문을 100% 소화해냈다. 이날 경기를 마친 조 감독은 "어떤 팀이 올라와도 승리할 수 있다"고 우승을 향한 자신감을 보였고, 이에 파리아스 감독도 "나도 마찬가지다"라며 맞장구쳤다. 오는 21일 오후 1시25분 제주공설운동장에서 벌어지는 포항과 경남의 결승전에서 양 팀의 명장들은 과연 어떤 카드를 들고 나와 상대를 괴롭힐 지 주목된다. 【제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