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석(왼쪽)과 울산 원두재가 트레이드로 유니폼을 바꿔 입으려 했으나 울산의 갑작스런 변심으로 무산됐다. 사진제공|FC서울·대한축구협회
3선 포지션이 포화 상태인 울산은 원두재를 내주고 이태석과 현금을 받는 조건에 합의했다. 여기에 추후 이적을 고려한 셀온도 포함시켰다. 양 팀 수뇌부가 당연히 승인했고, 실무진은 세부 조율을 담당한 딜이었다.
그런데 울산이 태도를 바꿨다. 소식이 알려진 뒤 팬 여론이 급격히 냉각되자 김광국 울산 대표이사가 16일 서울에 “없던 일로 한다”고 통보했다. 최종 사인이 이뤄지지 않았으니 분쟁의 소지는 없지만 합의한 트레이드를 일방적으로 깨는 것은 흔치 않다.
트레이드 철회에 대한 김 대표의 입장이 기가 막혔다. ‘원두재의 해외 이적 추진을 존중하다가 이번 건이 실무진 차원에서 진행됐다.’, ‘(국가대표팀으로 떠난) 홍명보 감독이 이적을 원한 선수와 함께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으나 (공석인) 감독 의지가 없는 상태에서 대표이사가 직접 철회를 결정했다’는 게 핵심이었다.
서울은 “합의서 초안이 진작에 나갔고, 홍 감독이 사임한 뒤에도 세부조건 협의를 진행해 완료에 이르렀는데 (울산 대표가) 몰랐다는 건 대단히 놀라운 일”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김 대표의 해명이 도마에 오른 이유는 오직 ‘남 탓’만 있어서다. ‘난 몰랐고, 일선 직원들이 처리한 일’이라는 식이었다.
진정성있는 사과가 선행됐어야 했다. 트레이드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던 선수들이 가장 큰 피해자다. 정신적 상처가 크다. 심지어 이태석은 울산에 집도 구했다.
원두재는 18일 선수등록을 마치고 팀 훈련을 시작했으나 이경수 울산 감독대행에게 “당분간 쉬고 싶다”는 뜻을 전달한 뒤 20일 K리그1 전북 현대 원정경기에 불참했다. 그는 트레이드 철회 과정에서 김 대표와 면담을 갖고, ‘떠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서울 선수단에 작별을 고한 뒤 돌아오게 된 이태석도 김기동 서울 감독에게 “훈련은 참여하되, 경기 출전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일단 서울은 이적시장 말미까지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당초 구단은 김 대표의 입장을 반박하는 내용이 담긴 성명을 게시하려 했으나 김 감독의 만류에 조금 더 기다리기로 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