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배유나(오른쪽). 스포츠동아DB
이제 남은 A등급 가운데 가장 화제의 선수는 배유나다. 결혼을 앞둔 그는 신혼살림을 위해 수도권 팀으로 이적할 생각이다. 한국도로공사가 잔류를 설득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시즌에는 최하위 흥국생명이 김세영과 김미연의 영입으로 통합우승을 차지하는 등 A,B급 선수들의 이동이 전력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다음 시즌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표승주는 시즌이 끝나마자마자 “시장에서 내 평가를 받아보고 싶다”며 떠나겠다는 뜻을 밝혀왔던 터였다. GS칼텍스는 성적도 성적이지만 팀 내 선수들의 정신적인 리더로서의 역할을 더 높게 평가했지만 선수 자신은 주전으로 더 많이 출전할 수 있는 팀을 원했다.
고예림은 IBK기업은행의 만류에도 이적을 결심했다. 숨겨진 사연이 있었다. 이번 시즌 FA시장에서 최대어였던 양효진(현대건설)은 최고액수를 제시했던 KGC인삼공사의 영입제의에도 불구하고 잔류를 결정했다. 지금까지 자신과 함께해온 팀과의 의리를 먼저 생각했던 양효진은 구단에 윙 공격수의 보강을 요청했다. 구단은 이런 요청을 받아들여 FA시장에 나온 윙 공격수 영입에 총력전을 펼친 끝에 고예림을 잡았다. 양효진의 요구는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의 팀에서 뛰겠다는 많은 선수들의 소박한 의지가 담긴 표현이기도 하다.
KGC 인삼공사가 FA시장에 용감하게 뛰어들었지만 고전하는 이유도 전력이었다. 구단이 접촉했던 선수들 모두 KGC인삼공사의 지금 전력으로는 우승이 쉽지 않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이적을 거부했다. 요즘 선수들은 돈도 구단의 시설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으로 그 팀이 우승할 수 있는지, 나와 같이 뛰는 선수가 누구인지를 본다는 증거다.
남자부는 필요한 선수가 모자라는 독과점 상황에서 선수들이 비슷한 조건이라면 원 소속구단에 남는 추세여서 다음시즌 전력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전력, KB손해보험, OK저축은행 등에게는 이런 현실이 비관적이다. 새로운 계기가 나오지 않는 한 이기는 팀들만 앞으로도 계속 이길 수 있어서 혁신적인 방안을 세워야 한다는 생각도 많다.
선수들끼리 각 구단의 제시조건을 공유하면서 협상을 벌여 구단들로서는 불리한 상황이었다는 소문도 들린다. 선수들은 이런저런 인연으로 친하게 얽혀 있는데 자기들끼리 휴대전화 단체방에서 정보를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구단으로서는 다른 팀의 제시액이 맞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구단과 선수간의 정보의 비대칭성 탓에 속수무책으로 선수들의 몸값만 올라갔다.
이번 협상과정에서 나온 액수들로는 샐러리캡을 도저히 지킬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몇몇 구단은 이번 기회에 실제 액수를 공개하자며 주장한다. 반대하는 구단도 있어 이 주장이 실현될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다만 구단이 감내할 수준 이상으로 뛰어올라 한계상황에 다다른 구단들은 자구책을 고려 중이다. 그 것이 외국인선수 엔트리확대가 될지, 아시안쿼터 도입이 될지, 아니면 샐러리캡의 현실화가 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