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배유나(왼쪽). 스포츠동아DB
● 여자부 막판 최고화제는 배유나
한국도로공사는 FA 협상 마감을 며칠 앞두고 고민이 많았다. 배유나 계약을 놓고 김종민 감독과 구단이 이견을 좁히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김종민 감독은 결혼을 앞둔 배유나가 혹시 다른 팀으로 이적할까봐 걱정이 많았다. 팀에 꼭 필요한 선수였기에 잔류시키려고 설득하고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연봉조율까지 어느 정도 끝낸 상태였다.
이때 돌발변수가 생겼다. 배유나의 부상이었다. 어깨와 무릎이 좋지 못했다. 외국인선수 이바나의 어깨부상으로 2시즌연속 통합우승을 이루지 못했다고 판단했던 모기업에서 선수들의 부상 우려와 함께 점진적인 세대교체를 다음 시즌 구단의 새 정책방향으로 결정했다. 하필 이때 정밀진단에서 좋지 못한 결과를 받았다. 다음 시즌을 뛰기 어려운 몸 상태라는 진단에 구단은 계약을 포기하려고 했다. 메디컬체크를 통과하지 못해 계약이 깨지는 사례였지만 이번은 상황이 민감했다.
감독과 함께하기로 이미 마음을 굳힌 선수였다. 도로공사가 계약을 포기하면 몸값과 보상선수, 샐러리캡 등을 생각할 때 이적이 쉽지 않았다. FA 계약 마감 이틀 전까지 김종민 감독과 구단은 FA이적과 사인&트레이드까지 다양한 방안을 알아봤지만 답이 없었다. 이적 가능성이 높다고 소문이 나돌던 현대건설과 IBK기업은행은 샐러리캡 때문에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었다. 3차례로 나뉜 협상 방식이었다면 모르겠지만 배유나가 FA 미계약 선수로 남게 되면 도로공사가 받을 부담이 너무 컸다. 2시즌 전 창단 이후 첫 우승을 안긴 공신인 데다 이번 시즌에도 부상을 참고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에서 팀을 위해 헌신한 선수였다. 게다가 조만간 신부가 될 선수를 내칠 경우 배유나를 향한 동정심이 구단에게는 비난의 화살로 바뀌어 날아올 수 있었다.
동료들도 보고 있고 앞으로 다른 팀에서 FA선수를 데려올 명분도 사라지는 것을 감독은 우려했다. 구단과 배유나를 동시에 설득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우선 팀에 잔류시키고 배유나는 수술을 받게 하는 것이었다. 구단은 현명하게 판단했다. 배유나에게 건강한 몸으로 돌아오면 협상에서 손해 본 것을 만회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결국 우여곡절 속에 배유나는 도로공사에 남았다.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 스포츠동아DB
● 필요한 선수를 모두 잡은 대한항공의 다음 행보는
남자부는 대한항공 정지석이 1일 V리그 시상식에서 잔류를 언급하면서 뜨겁던 영입전쟁의 열기가 갑자기 식어버렸다. 현대캐피탈도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하던 날 FA 선수들이 모두 잔류한다고 선언한 뒤라 남은 것은 B,C등급 선수들의 선택이었다. 결국 C등급의 손현종 이민욱만이 이적을 결정했다. 많은 팀에서 혹시나 하고 바라보던 진성태가 대한항공 잔류를 결정하자 미들블로커가 필요했던 한국전력 등 몇몇 팀에서는 입맛을 다셨다.
가장 궁금한 것은 모든 선수를 잔류시키고 손현종까지 영입한 대한항공의 다음 행보다. 이미 발표된 액수만으로도 샐러리캡 한도에 접근했다. 황승빈은 군입대 예정이다. 김학민의 계약은 보상금액 때문에 다른 구단이 쉽게 데려가지 못할 것을 감안한 배려로 보인다. 사인&트레이드가 뒤따를 전망인데 그의 최종목적지가 어디인지 궁금하다.
몸값에 비해 팀에서의 기대치가 달랐던 김요한(OK저축은행)은 결국 FA 미계약 선수가 됐다. KB손해보험이 레전드출신 선수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재영입하는 것이 가장 좋은 그림이었지만 몸값과 보상선수라는 걸림돌을 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대중은 지금 V리그 선수들의 몸값을 불신하기 시작했다. 영입전쟁 때 소문으로 나돌던 액수와 발표액이 큰 차이가 나는데다 몇몇 구단은 액수도 공개하지 않았다. 기록이 중요한 스포츠에서 구단과 리그가 발표하는 숫자들이 팬의 신뢰를 잃을 경우 감내하기 힘든 후폭풍이 올 것이다. 리그의 정책을 다시 짜야한다는 필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비밀 속에서 불신은 싹튼다. 우선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방법은 모든 선수의 연봉부터라도 공개하는 것이다. 이는 KOVO 구성원이 결심만 하면 된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