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축구 한류바람을 몰고 온 박항서 감독의 성공신화는 배구에서도 가능할까? 한때 한국배구는 많은 지도자들을 해외로 수출했다. 남미 중동 등에 진출한 이들은 그 나라에서 배구 붐을 일으키고 맡은 팀의 성적을 올리는 놀라운 마술을 부렸다. 한국인 최초로 배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박만복 감독과 이란에서 성공을 거둔 박기원 감독은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이번에 또 한 명의 배구인이 해외에서 한국배구 지도방식의 우수성을 알리려고 한다.
주인공은 현대캐피탈~KB손해보험~우리카드 등에서 세터전담 코치와 수석코치로 활약했던 김경훈 씨다. 2002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인 김경훈 전 코치는 파키스탄 배구협회의 요청으로 30일부터 현지에서 국가대표팀을 지도한다. 일단 6개월 계약이지만 성과에 따라 계약기간은 더 길어질 수도 있다.
그의 파키스탄 행은 국제배구연맹(FIVB)의 세계화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다. FIVB는 전 세계에서 배구의 인기가 낮고 실력은 떨어지지만 잠재력은 풍부한 국가에서 배구의 인기를 높이기 위해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제3지대로 알려진 이들 국가의 배구 붐을 위해서는 먼저 국가대표팀의 성적과 실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FIVB는 생각한다. 이를 위해 전 세계의 우수한 지도자를 파견해 현지인들에게 새로운 배구의 세계를 보여주려고 한다.
배구를 위한 국가차원의 지원이 열악한 현지사정을 감안해 일정부분의 비용은 FIVB가 지원한다. FIVB가 정한 국가별 등급에서 C,D 등급에 속한 나라가 지원대상이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눈에 띄게 성적이 좋아진 성공사례가 이란이다. 현재 FIVB는 인도 파키스탄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파키스탄의 FIVB 세계랭킹은 현재 65위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성적을 기준으로 정해진 랭킹이다. 우리나라는 24위다.
김경훈 감독은 FIVB의 중요한 임무를 가지고 현지에 파견된다. “파키스탄 배구협회에서 지도자를 찾는다는 연락을 받고 결심했다. 아직 그쪽의 정확한 상황을 몰라서 일단 6개월 기간으로 혼자 현지에서 생활하려고 한다. 조건도 나쁘지 않고 파키스탄 선수들의 발전 가능성도 많다고 들었다. 새로운 도전을 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파키스탄 배구협회는 집과 차량 통역은 물론이고 현지에서 생활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많은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배구인프라와 시스템 등이 너무나 다르기에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는 46세의 나이에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는 해외에서의 새로운 인생항로를 선택했다.
대표팀 세터출신으로 현역시절 보여줬던 배구센스와 V리그에서 오랫동안 선수들을 지도해왔던 경험이 합쳐지면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다. 기대도 크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