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의 아날로그 스포츠]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의 미래는

입력 2019-05-15 10:06: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진제공ㅣKOVO

사진제공ㅣKOVO

“가빈 한 명을 빼고는 볼 선수가 없었다. 돈은 돈대로 주면서 필요한 선수가 많이 보이지 않는다면 트라이아웃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참가 인원은 적었지만 각 팀들이 원하는 선수는 다 있었다. 처음으로 대부분의 팀이 선택에 만족했다.” V리그 2019년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뒤에 나온 소리다. 같은 사안을 놓고 이처럼 정 반대의 시선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만큼 13개 구단의 생각이 각자 입장에 따라 다양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초청대상이었던 30명의 외국인선수들이 모두 참가하지 않았던 것은 복합적인 사연이 얽혀 있다. 캐나다의 비자문제는 예상을 벗어난 변수였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것이 있었다. 선수들과 에이전트들이 트라이아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이들은 선수가 테스트를 보는 방식 자체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트라이아웃 첫날 대부분 외국인 선수들이 설렁설렁하며 훈련을 한 것이 단적인 사례였다. 부랴부랴 한국배구연맹(KOVO)이 에이전트를 소집해 따끔하게 얘기하고 선수들에게도 “지금 모든 감독들이 대충 하는 것에 화났다. 뽑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직접 경고를 주고 나서야 열심히 했다.

“어떻게 이런 조건에 만족하지 않을 수 있는가”라고 했던 조셉 노먼(삼성화재 지명)처럼 KOVO가 제시한 조건이 만족스러워서 참가한 선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몸값이 있는 선수들은 “내가 왜 테스트를 받아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많았다. 에이전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이들은 의도적으로 사전선호도 하위순번의 경우 트라이아웃 참가준비에 늑장을 부렸다. 비자 핑계를 대면서 불참을 유도한 정황도 여기저기에서 보인다.

지난해에는 이탈리아에서 트라이아웃이 열려 유럽에 기반을 둔 에이전트들이 군말 없이 참여했지만 이번에는 캐나다로 장소를 옮기자 비협조적으로 나온 것도 사실이다. 내년이라고 이 기류가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차라리 자유계약제도로 돌아가자”는 의견도 나온다.

사실 트라이아웃과 자유계약시스템은 선택의 문제일 뿐 제도 자체가 문제인 아니다. 트라이아웃 시행을 결정했던 당시 구단들은 과도하게 비싼 몸값을 외국인선수에게 주는 바람에 힘들어했다. 외국인 에이전트의 장난 탓에 공정가격 이상의 바가지를 쓰던 상황이었다. 한마디로 봉 노릇을 했다. 이때 KOVO가 외국인선수에게 주는 돈을 줄여서 유소년배구 육성에 나서자는 건설적인 아이디어를 내서 탄생한 것이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이었다.

제도시행 4년(남자)~5년(여자)동안 구단들은 외국인선수 비용을 크게 줄였다. 국제시장에서의 선수들의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도 대충은 알았다. 큰 공부가 됐다. 그런 면에서 트라이아웃은 많은 역할을 했다. 물론 유소년배구에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구단들이 지키지 않았던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트라이아웃을 계속 하다보니 각 구단이 원하는 외국인선수의 기준은 차츰 높아져 간다. 참가하는 선수의 폭도 차츰 줄어든다. 자유계약 시절에 뛰었던 선수들이 컴백하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돈을 몇 만 달러 더 준다고 참가선수가 엄청나게 늘고 더 좋은 기량의 선수가 올 상황도 아니다. 도리어 몸값이 싼 선수들의 가격만 올려줄 뿐이다.

어느 구단은 돈을 더 쓰더라도 기존의 전력구도를 확 바꿔서 우승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문제는 트라이아웃 제도로는 아무리 선수 몸값을 올리더라도 원하는 선수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말로 좋은 특급선수들은 트라이아웃이라는 제도 자체를 싫어한다. 그래서 답은 자유계약 제도로의 복귀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다. 당시에는 진리였다고 믿었던 것도 시대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세상의 일이다. 남녀 13개 구단과 KOVO는 이번 트라이아웃의 결과와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