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의 아날로그 스포츠] V리그 이별의 계절과 이별의 근거

입력 2019-05-29 14: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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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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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V리그 선수들의 시즌계약은 해마다 7월 1일 시작해 다음 해 6월 30일 종료된다. 그래서 통상 각 팀은 5, 6월 사이에 기존 선수들을 정리한다. FA 선수 영입과 재계약이 먼저고 그 다음이 외국인선수 선발, 마지막이 국내선수 재계약이다. 물론 다른 구단과의 트레이드는 수시로 벌어진다.

기나긴 시즌을 마친 선수들이 휴가를 끝내고 돌아오면 각 구단은 다음 시즌을 함께할 선수와 그렇지 않을 선수를 결정한다. 대부분 구단은 내보낼 선수들에게 “다른 팀이나 새로운 길을 찾아보라”고 일찍 귀띔해준다. 어떤 팀은 함께 훈련을 하면서 마지막까지 기량을 점검한 뒤 이별 여부를 결정한다.

팀은 항상 신인드래프트로 신선한 피를 수혈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선수단 정리 작업은 필요하다. 선수도 프런트도 가장 괴로운 때다. 남녀선수 모두에게 마찬가지겠지만 한 가정의 가장역할을 하는 이들에게 “다른 팀을 알아보라”는 얘기는 일반 직장인으로 치면 해고통보다. 방출을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프로선수들에게도 이별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별에도 준비가 필요하고 헤어지는 과정에는 서로가 납득하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문제다.

많은 은퇴선수들이 “감독이 내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며 현역시절의 아쉬움을 말한다. 선택을 받아야 출전하는 선수 입장에서는 내가 못할 이유가 없는데 출전기회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주관적인 판단이다. 감독 말을 들어보면 왜 그 선수가 뛰지 못하는지 다른 많은 이유가 나올 것이다.

V리그의 현재 제도라면 엔트리의 모든 선수가 출전기회를 잡을 수 없다. 한 경기를 위해 구단이 투자하는 금액이 남자는 2억 원 이상, 여자도 1억5000만 원을 넘는 상황에서 각 구단은 이기기 위해 주전들을 써야 한다.

그러다보니 경기당 10~12명 정도만이 코트를 밟는다. 그렇게 시즌을 마치고나서 선수단을 정리하니까 출전기회를 잡지 못한 선수들이 불만을 가지는 것이다. 많이 출전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 2군경기건 비주전 선수들끼리의 대결이건 어떤 형식이라도 경기를 해야 선수의 능력을 숫자로 환산할 수 있다. 이를 결과로 보여주면 이별할 때 서로가 납득할 최소한의 근거는 된다.

현재 대부분 팀은 시즌 내내 엔트리 선수를 모두 데리고 다닌다. 만일 출전선수를 12~14명으로 줄이고 나머지 선수는 따로 시즌일정에 맞춰 경기를 한다면 비주전 선수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 있다. 구단은 많은 선수들을 원정에 데리고 다니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감독은 훈련 때 최선을 다한 정예만 선발할 권한이 생겨 팀을 장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비주전들의 경기는 아직 V리그가 확산되지 않은 지방도시나 V리그 일정에 맞춰 대결하는 팀의 훈련장에서 하면 된다. 그 경기는 경험이 필요한 젊은 심판들에게도 기회가 될 것이다. 무턱대고 훈련만 하거나 웜업존에서 동료들의 경기만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무의미하다. 어디서라도 실전을 해야 실력이 늘고 하고자 하는 의욕이 생긴다. 생각만 조금 바꾸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길은 많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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