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 감독과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그 사람들

입력 2019-07-11 08: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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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철 전 남자배구대표팀 감독. 스포츠동아DB

김호철 전 남자배구대표팀 감독. 스포츠동아DB

김호철 전 남자배구대표팀 감독과 관련한 소동이 9일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최종결정으로 마무리됐다. 대한배구협회가 내렸던 1년 자격정지의 중징계가 과하다며 재심을 청구했던 김호철 감독의 손을 들어주는 3개월로 감경 결정이 내려졌다. “대표팀 감독으로 재임 중에 프로진출을 타진한 것에 도의적인 책임은 지겠지만 대한배구협회와 충분히 사전에 교감을 했고 협회의 고위임원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전임계약서는 이적이 가능한 내용이다”는 주장이 일부분은 받아들여진 것이다.

김 감독의 주장에 배구협회는 “전임계약서 조항이 이적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이고 협회 임원과 김호철 감독이 프로팀 이적과 관련해서 주고받은 것들은 공식 보고체계를 통한 것이 아닌 개인 간의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법원에서 양쪽의 주장이 상반될 때는 주장의 일관성 여부와 디테일을 통해 진실을 판단한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어딘가에서 빈틈이 나오고 표현이 구체적이지 못하다. 반면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주장이 한결같고 구체적이다. 협회의 주장 가운데 몇몇 부분은 신뢰도에 의심이 간다는 것은 이미 몇몇 보도들을 통해 드러났다. 그래서 협회의 귀책사유라는 말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로서는 산하단체인 대한배구협회의 판단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렇다고 이미 내린 중징계를 없던 것으로 했을 경우 뒤따를 파장도 고려했을 것이다. 그래서 결국 양쪽에 어느 정도 체면을 세워주면서 문제를 봉합하는 수준인 3개월 징계로 최종결론을 도출했을 것으로 본다.

사실 어떤 결론이 내려지더라도 배구계로서는 좋지 못한 이미지만 남긴 사건이었다. 이번 파문이 매스컴에 보도되는 동안 배구를 향한 팬들의 부정적인 시선은 쌓여만 갔다. 그래서인지 김호철 감독도 더욱 조심스러워 했다. 여전히 “죄송하다”고 했고 “지나간 일은 잊고 대한민국 배구의 미래를 봐 달라. 우리 선수들의 도쿄올림픽 출전을 응원하겠다”고도 했다.

양측이 더 이상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기억 저편으로 묻어둔다면 좋겠지만 아쉬움은 많이 남는다. 9일 김호철 감독의 재심청구 때 대한배구협회를 대표해서 출석한 조용구 사무처장은 “감독님을 여기서 만날 일이 아니다. 한국배구를 도쿄올림픽에 진출시켜줄 적임자인데…”라며 지금 벌어지는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맞는 말이다. 문제의 출발과 과정이야 어떻게 됐건 마무리만은 좀 더 합리적인 방법으로 처리할 수도 있었다. 많은 배구인들은 그런 타결을 원했다. 운동하는 사람들의 마지막 의리를 믿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 그 꿈은 헛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사회적인 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아닌데 몇몇 배구인들은 그를 지켜줄 생각보다는 나를 먼저 생각했다. 혼자서 비난을 감당했던 김호철 감독은 9일 공정위원회 출석직전까지도 협회의 누군가에게 연락을 시도하며 ‘우리도 잘못했다. 미안하다’는 그 한마디를 듣고 싶어 했다. 물론 끝내 답은 없었다.

한국배구가 오랫동안 사랑했고 애써서 키워온 레전드는 이번에 많은 상처를 받았다. 이런 사람을 다시 만들어내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몇몇의 그릇된 욕심과 고집으로 치명적인 결과를 만들어버렸다. 그것이 배구계의 큰 손실이다. 아쉽게도 문제의 당사자들은 여전히 그 뒤에서 보이지 않는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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