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KOVO
도드람 2019~2020 V리그가 이전 시즌과 달라진 것 가운데 하나가 공인구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출범 이후 계속 국내 용품업체 스타의 공을 사용해왔다. 이번 시즌에도 여전히 스타 제품을 공인구로 사용하지만 신제품이다.
국제배구연맹(FIVB)의 공인구 M 회사제품의 특성을 많이 참고했다. 공의 표면을 이전과는 다르게 처리해 탄력성을 높였다. 새로운 공인구는 보다 공격적인 배구가 가능하도록 유도했다. KOVO는 지난해 8월 각 팀에 새로운 공을 보내 선수들이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다. 이전까지 사용해온 공인구와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반발력이 커져 서브와 공격에 유리할 것이라고 봤다.
이제 새 시즌이 막 시작된 때라 바뀐 공인구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계속 지켜봐야 한다. 선수들은 새 공인구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리시브를 담당하는 선수들은 “이전보다는 반발력이 크다. 받는데 더 신경을 써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이전보다 더 몸으로 공의 스피드와 파워를 흡수하는 동작과 기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 달라진 FIVB 공인구와 일본 배구계의 숨겨진 속셈
공교롭게도 국제배구연맹(FIVB)도 올해 새로운 공인구를 도입했다. 새 공은 V리그와는 반대로 탄력성을 줄였다. 배구 팬들이 가장 원하는 긴 랠리를 더 많이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표면적인 이유다. 실제로는 국제 배구계에서 풍부한 경제력을 이용해 큰 영향을 행사하는 일본 배구계의 숨은 뜻이 있다.
2020도쿄올림픽을 개최하는 일본 배구계는 홈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수비 잘하는 팀이 유리한 공인구를 새로 내밀었다. 우리도 어쩔 수 없이 국제대회에서는 일본제품인 이 공을 써야 한다. 대한배구협회는 새 공을 각 구단에 보내주며 대표선수들이 사전에 익히도록 했다.
하지만 실제 리그에서 사용하는 공이 다른데 아직 엔트리가 확정되지도 않은 대표후보 선수들이 다른 공으로 따로 훈련할 이유는 없다.
여기서 V리그의 딜레마가 있다. 리그의 흥행을 위해서라도 우리 남녀대표팀이 꼭 아시아대륙 최종예선전을 통과해 올림픽 본선에 진출해주기를 바란다. V리그는 올림픽의 중요성을 알기에 시즌 도중에 대표선수들을 차출해주고 리그도 중단하기로 약속했다. 여기에 더해서 통 큰 결단을 내릴 수 있다면 그 것은 공인구다. M사 신제품에 더 익숙해지도록 리그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이미 시즌에 들어간 마당에 리그의 공인구를 바꾸는 것이다. 무엇보다 많은 이해 당사자들의 희생과 의견조율이 필요하다. 특히나 스타와의 협의가 가장 중요하다. 회사와 제품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기에 쉬운 접근이 아니다. 이미 계약을 맺은 스타에서 자발적으로 다른 제품을 당분간만 사용하도록 허락해주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또 13개 구단 감독들의 통일된 의견도 필요하다. 어느 한 구단이나 감독이 반대해도 시즌 중 공인구 교체는 성사되기 어렵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