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루시아. 스포츠동아DB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이다. 외국인선수가 국내에 입국하면 무증상 여부를 검사받아야 하고 보름간의 자가격리 기간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남녀구단은 외국인 선수들의 합류일정을 7월 15일로 앞당기고 훈련일정과 선수들의 개인사정에 맞춰 조정이 가능하다고 의견을 통일했다.
이 귀국일정에 가장 가슴을 졸이는 선수가 있다. 흥국생명의 루시아다. 현재 아르헨티나의 민간공항은 폐쇄된 상태다. 언제 다시 문을 열지 알지 못해 루시아도 흥국생명도 상황이 바뀌기만 기다리고 있다.
사실 루시아는 2019~2020시즌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갈 때도 엄청나게 힘들었다. 보통 사람은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군용기를 타고서야 간신히 귀국했다. 자칫 하루만 늦었거나 다른 판단을 했더라면 현대캐피탈의 다우디처럼 여전히 집에 가지 못한 채 한국에서 머무는 신세가 될 뻔했다.
흥국생명은 시즌이 조기에 중단되자 급히 비행기 편을 알아봤다. 한창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퍼지던 때였다. 많은 나라들이 속속들이 국경의 문을 닫던 시기였지만 루시아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브라질 상파울루를 경유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하는 티켓을 찾았다. 구단은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하면서 비즈니스 클래스의 왕복티켓을 줬다.
하지만 3월 25일 오후 루시아와 구단직원과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상황은 급변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공항이 문을 닫았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 바람에 루시아는 비행기에 탈 수 없다고 했다. 그날 상파울루까지 가는 티켓을 가지고 있던 KB 손해보험의 마테우스는 탑승했지만 루시아는 황당했다. 급히 주한 아르헨티나 대사관에 긴급히 연락해 사정을 설명하고 도움을 청했다. 대사관 측에서는 “굳이 한국을 떠나겠다면 말릴 수는 없지만 입국은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만 했다. 루시아는 고민했다. 구단 직원은 “일단 숙소로 돌아가서 다른 방법을 알아보자”고 설득했다. 루시아는 “지금 가지 못하면 영원히 못 갈 수도 있다”면서 꼭 가야만하겠다고 우겼다.
급히 다른 항공편을 알아봤다. 상파울루에서 칠레나 에콰도르를 한 번 더 경유해서 가는 방법도 알아봤지만 비행기가 내릴 공항이 문을 닫아서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루시아는 “이 비행기를 타겠다”고 했고 결국 한국을 떠났다. 상파울루에 도착한 루시아는 아르헨티나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수소문했다. 육로로 가기에는 너무 멀었다. 다행히 루시아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상파울루 공항에 많이 있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들을 위해 특별히 군용기를 띄웠다. 덕분에 루시아는 무사히 고향에 도착해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만일 이번에도 민간 항공기가 뜨지 않고 공항이 문을 열지 않으면 루시아는 또 한 번 군용기의 신세를 져야할 지도 모른다. 흥국생명도 루시아도 그런 상황은 두 번 다시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