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그동안 못해서 더욱 드러난 현대건설 양효진의 가치

입력 2021-02-02 10: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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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은 2시즌 동안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조기 종료된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던 팀이 2020~2021시즌에는 최하위다. 주전세터 이다영이 자유계약(FA)선수로 팀을 옮겼다고는 하지만 배구IQ가 높은 선수들이 많이 모인 팀의 전력구성상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다. 이도희 감독도 이 점을 아쉬워한다. 1월 31일 흥국생명과의 5라운드 홈경기를 앞두고 “이번 시즌은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매번 경기가 끝날 때마다 아쉬움이 남는다. 한두 점 차이인데 고비를 넘지 못하고 먼저 무너진 경기가 많았다. 선수들도 이 문제를 알고 많은 얘기를 나눴다. 결국은 결정력의 문제인데 지금도 해결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아직은 반전의 기회가 충분한 가운데 현대건설은 마침내 해법의 실마리를 찾은 듯하다. 5연승의 흥국생명을 상대로 시즌 맞대결 2승째를 따냈다. 흥국생명이 이번 시즌 기록한 4패 가운데 2패가 현대건설로부터 나왔다. 패배를 눈앞에 두고 4~5 세트를 연달아 따낸 결과도 좋았지만 5세트 10-10에서 무너지지 않고 버텨낸 내용이 더 인상적이었다. 10-7로 앞서다가 연속 3실점했을 때가 고비였다. 그 때부터 현대건설의 진정한 힘이 나왔다. 엄청난 수비집중력으로 랠리공방을 계속했고 양효진이 4개의 클러치공격을 성공시켰다. 세터 김다인이 경기 뒤 탈진해서 쓰러질 정도로 사력을 다한 끝에 모처럼의 해피엔딩이 찾아왔다.

구단 관계자는 “김다인이 중요한 순간 어디로 공을 줘야 하는지 이제 안 것 같다”며 기뻐했다. 명 세터출신의 이도희 감독은 “세터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선택”이라고 믿는다. 김다인은 1세트 흥국생명의 높은 블로킹 벽에 레프트 공격이 자주 막히자 다른 루트를 열심히 찾았다. 다행히 루소~황민경~정지윤~양효진 등 세트마다 김다인의 선택은 성공했다.



새삼 확인된 것은 양효진의 가치였다. 사실 이번 시즌 현대건설의 부진은 양효진의 슬럼프와도 관계가 있다. 그동안 현대건설 배구의 중심축이었던 그의 공격이 이번 시즌 눈에 띄게 떨어졌다. 득점, 서브, 블로킹 등 어느 하나 자신의 시즌 평균치를 넘지 못했다. 에이징 커브의 시작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제 31세. 평소 엄격할 정도로 자기관리를 해온 모범적인 선수였기에 아직 체력이 급격한 하향곡선을 그릴 때는 아니었다.

양효진이 부진하자 현대건설의 배구에도 탈이 났다. 팀의 첫 번째 공격옵션이 흔들리자 특징이 사라졌다. 상대팀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외국인선수 루소는 높은 타점으로 2단 연결을 해결해주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황민경~고예림의 레프트도 높이가 낮고 파괴력이 떨어지는 현대건설로서는 중앙에서 이끌어가지 않으면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31일 경기에서 현대건설은 문제해결의 열쇠를 쥔 주인공이 양효진이라는 것을 알았다. 5세트 고비에서 높이로 문제를 해결했다. 배구는 높이의 경기라는 것을 새삼 확인시킨 장면이었다.



세상 어떤 공격수도 적절한 횟수의 공이 올라와야 정상적인 공격리듬을 유지한다. 그동안 양효진은 이 부분에서 엇박자가 났다. 그에게 가야할 때 공은 다른 곳으로 향했고 때로는 정확하지 않게 왔다. 그래서 악순환이 반복됐지만 31일 풀세트 혈투 속에서 현대건설은 가야할 길을 찾은 모양이다. 양효진이 자주 보이면 현대건설의 배구는 편해 보인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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