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하다는 박미희 감독, 그래도 서로를 추슬러야 할 흥국생명

입력 2021-02-15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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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박미희 감독. 스포츠동아DB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 스포츠동아DB

흥국생명은 15일 학교폭력과 관련해 여론의 질타를 받아온 이재영-다영 자매에게 무기한 출장정지 처분을 내렸다. 2020~2021시즌을 앞두고 이다영을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하고 김연경까지 11년 만에 컴백하자 ‘흥벤저스’의 완성이라며 통합우승을 꿈꾸던 때를 기억한다면 이번 결정이 상징하는 바는 크다. 사실상 이번 시즌 우승경쟁은 물론 성적마저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만큼 이번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였다.

당장 주전선수 2명의 공백으로 팀 운영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흥국생명은 15일 현재 17승6패, 승점 50으로 여자부 선두다. 최근 이런저런 이유로 3연패에 빠진 가운데, 14일 추격자 GS칼텍스가 KGC인삼공사를 완파하고 15승9패, 승점 45로 바짝 접근했다. 11일 도로공사전에서 매 세트 20점도 내지 못하면서 세트스코어 0-3 완패를 당하는 등 최근 흥국생명의 경기력은 비정상이다. 지금의 경기력이라면 ‘세계적 선수’ 김연경이 버틴다 해도 잔여 7경기 전망은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흥국생명은 16일 IBK기업은행, 19일 KGC인삼공사와 5라운드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사흘 새 2경기를 치르는 일정도 만만치 않다. 팀플레이의 중심인 주전 세터의 공백으로 흥국생명 선수단은 시즌 도중 다시 호흡을 맞춰야 한다. 김다솔과 이제 막 고교를 졸업한 박혜진이 연패의 부담 속에서 팀을 이끌어가야 하는데, 쉽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 부상당한 루시아를 대신해 영입한 외국인선수 브루나도 아직은 정상이 아니다. 이재영의 역할은 멀티 플레이어 김미연이 어느 정도 메워주겠지만, 주포 역할의 브루나가 지금까지 보여준 능력이 전부라면 흥국생명의 미래는 밝지 않다.

그래서 더욱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남은 선수들이 프로페셔널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열심히 하도록 분위기를 추스르고 있다”고 밝혔다.

흥국생명 김여일 단장은 이번 사태로 마음이 무거울 선수단을 격려하기 위해 15일 용인 훈련장을 찾았다. 흔들리는 선수들이 서로 마음을 합쳐서 남은 시즌을 잘 버티도록 하겠다는 뜻이지만, 지금 선수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승리다. 박 감독도 “빨리 연패를 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바람에 16일 IBK기업은행과 홈경기는 평소와 전혀 다른 가치의 경기가 돼버렸다.

IBK기업은행은 13일 현대건설에 패하는 등 최근 2연패다. 7일 도로공사전에서 4세트 17-7로 앞서다 어이없이 역전패를 당한 후유증을 얼마나 털어내느냐가 관건이다. 이번 시즌 4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0-3 완패를 당한 데서 드러나듯 흥국생명에는 유난히 약했다.

물론 그 때의 흥국생명과 지금의 흥국생명은 전혀 다른 팀이다. 박 감독은 “배구인의 입장에서 지금의 상황이 V리그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커서 염려스럽기도 하고 참담하기도 하다. 그동안 최선을 다해서 팀을 가꾸고 희망과 성취감을 가지고 살아왔는데 서글프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더라도 선수들을 다독거려서 좋은 경기를 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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