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스페셜] 한국인 감독이 한국을 울렸다… 女구기종목 ‘지도자 수출’ 부메랑

입력 2010-11-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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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女핸드볼 대표팀 황경영 감독 - 中 女하키 김상열감독도 승리 기쁨
효자종목이던 한국여자 구기종목이 이틀 연속 한국인 지도자에게 울었다.

여자핸드볼대표팀은 25일 광궁체육관에서 열린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28-29로 졌다. 이로써 한국은 1990베이징아시안게임 이후 대회 6연패 달성이 좌절됐다.

이에 앞서 24일에는 여자하키대표팀이 광저우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중국과 0-0으로 비긴 뒤 승부타에서 4-5로 석패했다. 핸드볼과 하키에서 한국을 꺾은 일본과 중국의 사령탑은 모두 한국인 지도자였다.


○한국지도자의 ‘퓨전 핸드볼’에 울다

일본은 1972뮌헨올림픽 이후 단 한 번도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다. 객관적인 전력은 한국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하지만 일본대표팀 황경영 감독은 치밀한 전술로 한국을 무력화시켰다.

일본에서 감독생활을 했던 임오경(서울시청) 감독은 일본선수에 대해 “개인 돌파 능력이 한국에 비해 뒤진다”고 평했다.

황 감독은 이런 단점을 조직력으로 극복했다. 일본은 철저하게 스크린을 하며, 세트 플레이를 펼쳤다. 고국핸드볼을 세밀하게 분석한 결과다. 황 감독은 1993년부터 1998년까지 한국체대에서 남자 핸드볼 감독을 맡았으며 1995년에는 남자 대표팀 코치를 지냈다.

이후 1998년 일본과 인연을 맺은 뒤에는 여자대표팀 코치, 23세 이하 여자대표팀 감독 등을 역임했다. 이미 유창한 일본어를 구사하기 때문에 의사소통도 문제가 없다.

황 감독은 “한국식의 개인기·스피드와 유럽·일본식의 공간 활용과 크로스를 배합했다”고 자신의 핸드볼 색깔을 소개했다.


○한국킬러 된 중국하키

중국여자하키 역시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2000년 김창백 감독이 부임하면서 세계적인 수준으로 급부상했다.

2002부산아시안게임, 2006도하아시안게임 금메달과 2008베이징올림픽 은메달이 그 성과다. 이후 중국에서 한국인 지도자들의 연봉은 억대로 뛰었다.

2009년 중국 베이징에서 지도자생활을 한 조성준(베이징올림픽 남자대표팀감독)은 “성실성과 지도력에서 한국지도자들은 월등하다”고 평한다. 결국 중국하키협회는 김창백 감독의 후임도 한국인 지도자로 정했다.

그 주인공은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을 꺾은 김상열 감독이다. 한국지도자 영입이후 중국여자하키는 한국과의 경기에서 특히 강한 모습을 보였다. 체력과 스피드를 앞세운 한국하키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김상열 감독은 “솔직히 어찌 (고국에) 미안한 마음이 안 들겠느냐”면서도 “등록선수가 중국이라고 월등히 많은 것은 아니지만, 지원은 끝내준다”며 뼈있는 말을 남겼다.광저우(중국)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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