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분데스리가로 세계 축구의 패권이 넘어왔다. 2011~2013시즌부터 조짐이 보였지만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독일이 ‘축구 부활’을 선언했다.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의 힘이 컸다. 독일은 바이에른뮌헨(우승),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준우승)를 나란히 대회 결승에 진입시키며 명실상부 클럽 축구 최강자에 올랐다.
그렇게 인정받는 무대에서 오랜 라이벌 국가에서 온 선수들이 대거 격돌한다면?
그것도 국제축구연맹(FIFA)에서도 인정한 동아시아 ‘앙숙’ 한국-일본 출신들의 연이은 만남이 이뤄진다면?
실제로 이미 진행 중이다. 요소요소에서 한일 라이벌들의 만남이 이뤄져 왔고, 앞으로 더 흥미로운 충돌이 기대된다.
두 나라는 분데스리가를 누비는 많은 스타들을 보유했다.
한국에는 국가대표 3인방이 있다. 최근 함부르크SV에서 바이엘04 레버쿠젠 이적을 거의 확정지은 손흥민 외에 ‘지구 특공대’ 지동원-구자철이다. ‘만년 하위팀’ 아우크스부르크의 2부 리그 강등을 막은 둘은 또 한 번의 도전을 앞두고 있다.
분명한 점은 분데스리가에서 계속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지동원은 일단 원 소속 팀 선덜랜드(잉글랜드)의 허락을 받아야 하지만 양자가 함께 할 확률은 거의 없다. 아우크스부르크도 많은 이적료를 들여서라도 후반기 5골을 몰아치며 팀 잔류를 도운 지동원의 완전 영입을 목표하고 있다.
구자철은 사정이 다르다. 원 소속 팀 VfL 볼프스부르크와 계약기간이 2년이나 남았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아우크스부르크와 임대 연장을 하면서 볼프스부르크와 계약도 1년 늘렸다. 구자철은 볼프스부르크를 떠나고 싶어 한다. 프랑크푸르트-마인츠05-보루시아MG 등 러브 콜을 보내는 팀도 여럿이다. 현재 볼프스부르크는 “구자철과 우린 함께 간다”며 연일 언론 플레이를 펼친다. 그래도 확실한 건 구자철도 숱한 러브 콜을 뿌리친 손흥민처럼 독일에 잔류할 계획이라는 점이다. 볼프스부르크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일본은 어떨까. 일단 한국보다는 더 많은 분데스리거를 배출했다.
한국이 프리미어리그를 중심으로 맹위를 떨칠 때 일본은 기준을 달리해 독일 진출에 주 포커스를 뒀다. 일본 J리그가 분데스리가의 시스템을 따왔기 때문에 끈끈하면서도 남다른 독일 커넥션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만 해도 무려 10명의 선수들이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했고, 2부 리그에도 3명이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무게의 추는 한국으로 넘어왔다. 빅(Big) 클럽 소속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도르트문트를 거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에서 ‘유럽 생활 제2막’을 시작한 가가와 신지에 버금갈 만한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꾸준히 상승 그래프를 그린 한국 3인방과 달리, 일본의 독일파는 하향세가 뚜렷하다.
지난 시즌까지 레버쿠젠에서 뛴 일본 대표 미드필더 호소가이 하지메는 2부 리그에서 승격한 헤르타 베를린 이적이 확실시되고, 일본 대표팀 주장이자 미드필더 하세베 마코토도 볼프스부르크에서 한 걸음 더 치고 올라가지 못한다.
일본 축구 관계자도 “숫자는 많지만 중심이라고 할 만한 선수가 없다는 게 분데스리가를 바라보는 일본 축구계의 솔직한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한 때 젊은 선수들의 유럽 진출이 정체되며 한국 축구는 꾸준히 독일로 진입시키는 일본 축구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지동원-구자철도 ‘쫓겨나듯’ 자신의 팀을 떠나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시절을 거쳤다. 하지만 이제 180% 상황이 바뀌었다. 자리를 못 잡아 새 행선지를 알아보고 있는 선수들이 크게 늘어난 쪽은 오히려 일본이다.
한국은 적은 숫자로도 핵심 역할을 맡을 공산이 커졌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