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는 지난 시즌 준우승의 한을 푸는 것이 이번 시즌 목표다. 개인보다는 팀 조직력을 앞세워 정상에 선다는 각오다. 사진제공|GS칼텍스배구단
주전 세터 이숙자 부상 정규시즌 출전 불투명
첫 주전 특명 5년차 세터 시은미 고강도 훈련
베띠·한송이 등 최강 공격진 수비력 강화 관건
감독부터 신인까지 똘똘 뭉쳐 자신감 상승
프로배구 여자부 GS칼텍스의 목표는 분명하다. 올라설 순위는 단 한 곳 밖에 없다. 지난 시즌 정상 문턱에서 IBK기업은행에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이선구 감독은 아쉬움이 컸다. 다수의 전문가들이 지난해 GS칼텍스를 우승후보로 꼽는 등 전력면에서 자신이 있었다. 이 감독은 작년 챔피언결정전이 끝난 뒤 3일 내내 술에 빠져 있었다. 그만큼 아픔이 컸다. 2013∼2014시즌은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계획대로 선수들의 몸을 천천히 끌어올렸다.
● 1∼2번 세터 빠져 위기
배구계에서 가장 많이 통용되는 말이 있다. ‘배구는 세터놀음’이라는 것이다. 세터의 볼 배급과 안정감에 따라 성적이 뒤바뀔 수 있다.
GS칼텍스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중대 위기를 맞았다. 작년 팀을 이끌었던 이숙자(33)와 이나연(21)이 줄줄이 팀을 이탈했다. 공백이 결코 가볍지 않다. 둘은 작년 효율적인 공 배분으로 세트당 평균 12.82개로 이 부문에서 전체 6개 팀 중 1위에 올랐다.
주전 이숙자는 정규리그 출전이 불투명하다. 7월 안산·우리카드컵 대회 기간 중 왼쪽 아킬레스건을 크게 다치면서 8개월 진단을 받았다. 이 감독은 “세터는 팀의 엄마와 같은 역할이다. 주축 이숙자가 빠져나가 살얼음판을 걸을 것 같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올 시즌 출전이 힘들 것 같다. 다만 체질에 따라 회복이 다를 수 있어 플레이오프 투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터 이나연도 8월 팀을 떠났다. 무거운 책임감과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했고, 컵 대회 부진으로 스트레스가 심했다.
신인 세터 이아청은 즉시 전력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믿을 구석은 프로 5년차 세터 시은미 뿐이다. 유망주로 프로 첫 발을 내디뎠지만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 백업을 맴돌았다. 생애 찾아온 첫 주전의 기회. 바짝 긴장하며 하루 3차례 이어지는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큰 목소리로 씩씩하게 파이팅을 외치며 각오를 다진다. 흥국생명, 도레이(일본) 등과 연습경기를 가지며 베띠, 한송이, 이소영 등 공격진과 호흡을 맞추는데 주력했다. 이 감독은 “시은미가 작년 많은 경기에 나오지 못해 맥을 놓쳤다. 한 두 차례 실수가 나올 수 있다. 상황에 맞춰 끌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팀 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플래카드가 걸린 체력 단련장. 박상준 기자
●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구단과 이 감독의 모토는 정확히 같다. 팀은 특정 선수에 좌지우지되면 안 된다. 주축이 빠져 성적과 분위기가 추락할 수 있다. 꾸준한 성적도 자신할 수 없다. 대신 팀으로 뭉치면 강한 저력을 발휘하게 된다. 플러스와 시너지가 있을 뿐 마이너스는 없다.
이 감독은 희생과 배려를 강조한다. 선수단 융화를 가장 중시했다. 변화보단 안정을 택한 이유다. 팀은 예년과 다르지 않다. 주축 세터가 빠졌지만 문제될 게 없다. 시은미의 부족함은 선수들의 활동량과 예측 플레이로 보완할 수 있다.
정대영은 2년 연속 주장을 맡아 선수들을 이끈다. 작년 시즌 동료들을 한 데 모아 준우승에 올랐다. 리더십을 다시 신뢰한 것이다. 베테랑 한송이도 정대영을 도와 어린 선수들을 책임진다. 연습경기를 통해 수시로 의견을 나누며 멘토를 자청하고 나선다. 솔선수범하고 있다. 한송이는 리시브 불안을 털기 위해 적극적으로 반복 훈련을 진행한다. 훈련량이 엄청나 어린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된다. GS칼텍스가 꼴찌에서 작년 2위까지 수직상승했던 것도 팀 분위기 덕분이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팀으로 뭉쳐 이기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두루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 해도 많은 발전이 기대된다. GS칼텍스는 이미 레프트 공격수 베띠와 한송이, 센터 배유나, 라이트로 포지션 변경한 이소영 등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한다. 이들이 탄탄한 수비를 갖춘다면 우승에 가장 근접한 팀이 될 수 있다.
● 잦은 회식은 분위기 전환용
GS칼텍스는 10월7일부터 11일까지 경남 양산에서 전지훈련을 가졌다. 실업최강팀 양산시청과 경기를 치르며 실전 감각을 끌어올렸다. 가장 큰 소득은 자신감 상승이다. 한 수 아래 전력인 실업팀과 경기를 치르면서 새 시즌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려고 노력했다.
분위기 쇄신도 빼놓을 수 없다. 같은 숙소와 체육관에서 반복된 훈련을 하면 누구나 싫증을 느낀다. 여자 선수들은 특히 마음이 여려 주위 환경에 민감하다. 이 감독도 많은 신경을 기울이는 부분이다. 이 감독과 신인 선수들은 43년의 나이차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는 여간 쉽지 않다. 소통을 위해 잦은 외식을 갖고 있다. 이 감독은 비 시즌 때는 선수들과 소주도 한 잔씩 하고 편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선수들도 마음을 열고 망설임 없이 대화에 나선다. 다만 선수들끼리 즐길 수 있도록 뒷자리는 피하는 편이다. 구단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회식비는 100만원이 가볍게 나오지만 우승을 위해선 전혀 아깝지 않다. 외적으로 자율을 부여하며 긴장을 풀어주려고 노력한다.
수원|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