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규. 스포츠동아DB
골키퍼 주전 경쟁에 나란히 무실점 선방쇼
포백라인 불안…공격도 손흥민만 고군분투
기성용 빠진 미드필드 답답한 플레이는 숙제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이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앞두고 4일 호주 시드니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마지막 모의고사를 치렀다. 결과는 2-0 승리. 스코어는 만족할 만했다. 그러나 아시아컵을 목전에 두고 전력을 최종 점검하는 경기였음을 고려하면 높은 점수를 주긴 어렵다. 사우디전에서 드러난 대표팀 경기력을 면밀히 분석해본다.
● 다져지지 않은 공수 조직력
대표팀은 이날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취임 이후 가장 많이 활용한 포메이션이다. 지난해 11월 평가전 이후 1개월여 만에 다시 모인 선수들은 일치된 호흡을 보여주지 못했다. 포백 라인은 김진수-김주영-장현수-김창수가 맡았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처음으로 가동된 수비진이었다. 이 때문인지 경기 초반 클리어링 미스로 실점 위기를 맞는 등 불안한 모습을 드러냈다. 공격 라인도 기대에 못 미쳤다. 왼쪽 윙어 손흥민이 고군분투했지만 구자철, 조영철, 이근호와의 유기적 플레이가 자주 나오지 않았다. 후반에 구자철 대신 남태희가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으면서 조금 살아나는 모습이었다. 남태희는 후반 추가시간에 개인돌파로 사우디 수비 라인을 허물어 이정협의 추가골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 골키퍼들의 환상적 활약
슈틸리케 감독은 사우디전에서 김진현과 김승규에게 45분씩을 맡겼다. 훈련 중 가벼운 부상을 입은 정성룡을 제외한 2명의 골키퍼에게 고루 기회를 줬다. 김진현과 김승규는 주전 자리를 꿰차기 위한 경쟁을 벌이듯 나란히 선방쇼를 펼치며 무실점을 합작했다. 선발로 나선 김진현은 전반 28분 사우디 공격수가 문전에서 기습적으로 오버헤드킥을 시도하자 몸을 날려 펀칭했다. 엄청난 순발력으로 실점을 막았다. 후반 시작과 함께 투입된 김승규는 후반 39분 사우디 공격수의 기습 슈팅을 다이빙해 펀칭했다. 수비가 정돈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승규의 집중력이 빛났다. 아시안컵 본선에서 누구에게 주전 골키퍼를 맡겨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몸으로 증명했다.
● 대비가 필요한 기성용의 반 자리
대표팀은 사우디전에서 기성용을 기용하지 않았다. 소속팀(스완지시티) 경기에 출전하느라 대표팀에 뒤늦게 합류했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사우디전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반에 박주호-한국영 조합을 기용했고, 후반에는 이명주-한국영 조합을 테스트했다. 두 조합 모두 수비에선 큰 실수를 범하지 않았지만, 공격적 측면에선 아쉬움을 남겼다. 사실상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해야 하는데, 사우디 선수들의 압박이 강해 전방으로 전개되는 패스의 정확도가 떨어졌다. 전반에 한국의 공격이 답답했던 것도 미드필드에서 경기를 풀어줄 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성용은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정상 가동된다. 그러나 그가 부상이나 경고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할 경우 마땅한 대체자원이 보이지 않는다.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려면 기성용 공백에 대비한 플랜B도 준비해야 한다.
● 울리 슈틸리케 한국 감독=전반과 후반의 경기 내용을 보면 전혀 다른 경기를 본 것 같다. 후반에는 훨씬 더 좋은 축구를 했다. 전반에는 모든 면에서 못했다. 특히 볼 키핑이나 패스, 선수들의 침착성이 모두 부족했다. 후반에 경기 내용이 많이 달라졌다. 평소에 한 것처럼 패스를 즐겁게 잘하면서 했다는 것이 나아졌다고 할 수 있다. 경기시간 20분을 남기고 이정협을 투입했는데, 적절한 시점에서 잘 투입됐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tyong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