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김성근 감독 가는 팀은 페이롤도 1위?

입력 2016-02-1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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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성근 감독. 스포츠동아DB

한화 김성근 감독. 스포츠동아DB

한화, 팀 창단 최초 KBO 연봉총액 부문 1위 차지
KBO 사상 최초 팀 페이롤 100억 원대 돌파 이정표도
쌍방울, SK, 한화…김성근 감독 맡으면 팀 연봉 1위


KBO리그의 한 시즌 팀 연봉총액이 100억원을 돌파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KBO가 11일 발표한 ‘2016 KBO 소속선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페이롤(payroll·연봉총액) 1위 구단은 한화였다. 한화는 올 시즌 등록선수(외국인선수 제외) 기준으로 페이롤이 103억1800만원으로 집계돼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선수단 연봉을 지출하는 구단이 됐다. 신인선수까지 제외한 기존 선수만 놓고 봐도 102억1000만원으로 1위였다.

무엇보다 ‘100억원’이라는 숫자가 눈길을 모은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후 KBO리그에서 한 시즌 팀의 연봉총액이 100억원을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90억원을 넘어선 팀도 없었다는 점에서, 한화가 100억원대를 돌파한 것은 KBO리그 연봉 역사에 하나의 이정표를 작성한 셈이다. 아울러 한화는 팀 창단 후 처음으로 페이롤 1위에 올라서게 됐다. 그렇다면 과거 연봉총액 규모는 어땠을까. 누가 페이롤 역사를 주도했을까. KBO가 연봉총액을 집계하기 시작한 1993년 이후 팀 페이롤의 역사를 살펴본다.


● 연봉총액 1위는 대부분 삼성이 차지

연도별 페이롤 자료를 보면 삼성이 거의 1위를 독식했다. 삼성은 1993년부터 올해까지 24시즌 중 무려 16차례나 1위에 올랐다. 다시 말해 1993년 이후로 8차례만 1위 자리를 내줬을 뿐이다. 가장 화끈하게 ‘돈 보따리’를 푸는 팀이었다.

1993년 11억638만원으로 1위에 올랐고, 1994년(11억5021만원)과 1995년(17억3071만원)에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1998년(22억8351억원), 2000년(28억2800만원), 2001년(30억8825만원), 2002년(31억4000만원), 2003년(42억5800만원), 2005년(52억5600만원), 2007년(64억4275만원), 2008년(60억325만원), 2012년(63억8200만원), 2013년(68억3200만원), 2014년(77억700만원), 2015년(88억4000만원) 페이롤 1위 구단으로 자리 잡았다. 연봉총액 20억원대, 30억원대, 40억원대, 50억원대, 60억원대, 70억원대, 80억원대 시대를 처음 연 구단도 삼성이었다.




● 1990년대 후반기의 혼돈기


1990년대 후반부터 페이롤 1위 자리는 혼돈 양상으로 치달았다. KBO가 연봉총액을 집계한 1993년 이후로 살펴보면, 삼성이 처음 연봉총액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1996년이었다. 바로 1990년대 초·중반 ‘신바람 야구’로 전성기를 달리던 LG가 연봉총액 20억7600만원으로 2위 삼성(19억8416만원)을 살짝 앞지르며 1위로 치고 올라갔다.

이어 1997년 쌍방울이 돌풍을 일으켰다. 페이롤 역사에서 가장 큰 이변으로 꼽힌다. 1990년 창단 후 만년 하위팀에 머물던 쌍방울은 1996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돌풍을 일으키더니 이듬해 총연봉 22억900만원으로 1위로 도약했다. 2위인 현대(21억9000만원)보다 1900만원 많았을 뿐이지만, 대기업들의 싸움에 뛰어들어 페이롤 1위를 차지한 것은 화제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쌍방울의 돈잔치는 그해를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모기업의 재정난으로 1999년을 끝으로 팀이 해체되는 비운까지 맛봤다.

2년간 숨을 죽였던 삼성이 1998년 22억8351만원으로 1위를 탈환하자, 1999년에는 LG(24억3325억원)가 3년 만에 1위를 되찾았다. 1990년대 후반에는 매년 페이롤 1위 구단이 바뀌는 혼돈기였다.



● 2000년대 삼성의 독주 시대, 현대 SK 한화가 제동

2000년대부터는 삼성의 독주가 시작됐다. 2004년 한 차례 현대(45억5350만원)에 1위 자리를 내줬을 뿐 2008년까지 1위를 놓치지 않았다. 2004년은 현대의 전성기였지만, 최고 연봉자인 삼성 이승엽이 일본프로야구 지바롯데에 진출한 상황이 맞물린 결과이기도 했다. 삼성은 그러나 2005시즌을 앞두고 현대에서 FA(프리에이전트)로 풀린 심정수와 박진만을 영입하면서 2008년까지 다시 페이롤 1위 구단의 지위를 굳건히 지켰다.

그런데 2000년대 말에 새로운 강자가 나타났다. 2007년과 2008년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한 SK가 돈줄의 흐름을 뒤흔들었다. SK는 2009년 55억7300만원으로 1위로 올라서더니 2010년(58억1300만원)과 2011년(60억4900만원)까지 페이롤에서 3연패를 달성했다. 연봉총액에서 한두 차례 1위 자리를 놓치던 삼성이 3년 연속 1위 자리를 내놓은 유일한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삼성은 박석민 최형우 채태인 등 세대교체의 주역들이 팀의 중심 세력으로 성장하고 이승엽이 KBO리그로 복귀한 2012년을 기점으로 다시 선두를 탈환했다. 2012년(63억8200만원) 1위를 되찾더니 2013년(68억3200만원), 2014년(77억700만원), 2015년(88억4000만원)까지 4년 연속 연봉총액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류중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를 달성한 뒤 얻은 전리품이었다.



● 김성근 감독 가는 팀은 연봉 우승?


이제 연봉 시장에서도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삼성의 시대는 저물고, 한화가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삼성의 독주시대를 막아섰을 뿐 아니라 페이롤 100억원 시대를 열면서 앞으로 당분간 이 자리를 놓치지 않을 듯하다. 특히 삼성그룹에서 제일기획으로 이관된 삼성이 연봉의 흐름을 주도하기 힘들어진 환경에 놓인 반면, 한화가 절대 강자 지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올해 연봉총액 2위 구단인 삼성(83억5800만원)과의 격차도 커진 상황이다.
한화는 한대화 감독 시절이던 2010년 연봉총액이 28억2000만원에 불과했다. 2011년에도 28억8000만원에 그쳤다. 당시 페이롤 1위 구단인 SK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연봉규모로 꼴찌였다. 이후 점차 투자를 확대하기 시작하던 한화는 2016년 연봉총액 꼴찌인 넥센(42억4700만원)보다 2배 이상 많은 1위 구단으로 변모했다.

흥미로운 점은 2009~2011년 연봉총액 1위 구단 SK 감독이 김성근 감독이었는데, 올해 연봉총액 1위 구단 한화 사령탑도 김성근 감독이라는 점이다. 심지어 1997년 대기업들의 틈바구니에서 쌍방울이 페이롤 1위를 차지했을 때 사령탑도 김성근 감독이었다. 1993년 이후 삼성을 제외하면 연봉총액 1위에 오른 사례는 8차례 있었는데, 그 중 김성근 감독 소속팀이 5차례나 1위를 차지했다. 삼성을 제외하면, 김성근 감독 가는 팀이 사실상 ‘최다 연봉 우승’을 차지한 셈이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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