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정근우. 스포츠동아DB
최근 한화 상승세 아빠가 홈런 펑펑 치자 표정 활짝
“개막 앞서 한화 우승후보 평가. 이제 실력 나올 것”
“아들이 ‘왜 한화는 꼴찌냐’고 물어볼 때 대답하기 괴로웠다.” 한화 정근우(34)는 큰아들 재훈(8) 얘기를 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정근우는 1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전에 앞서 훈련을 마친 뒤 최근 화제가 된 큰아들 얘기를 꺼냈다. 12일 LG전 때 모처럼 응원을 나왔다가 TV중계 카메라에 잡혔던 아들이 주목 받은 데 대해 “큰아들은 이제 야구를 좀 안다. 한화가 지면 아쉬워하고 이기면 좋아한다. 두산하고 NC가 잘 하는 것도 다 안다”고 소개했다.
시즌 초반 한화가 극심한 부진 속에 최하위로 떨어져 있을 때 집에 들어가면 아들 때문에 아빠는 괴로웠다고 했다. 아들이 “왜 한화는 꼴찌야? 언제 올라가?”라는 질문을 할 때마다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이기는 게임이 많아지면서 아들의 표정도 밝아졌다. 12일 LG전 승리로 마침내 10위 자리를 벗어나 kt와 공동 9위가 되자, 아들이 먼저 상기된 표정으로 “아빠, 이제 한화 10등 아니야”라며 웃더란다.
정근우는 “가족이 야구장에 자주 오지 않고 한 달에 한번 정도 온다”고 소개한 뒤 “LG전에서 아빠가 홈런을 치고 한화가 이기니까 아들이 정말 좋아했다. 그런데 나중에 집에 들어가서 ‘TV 다시보기 해달라’고 계속 졸라 피곤했다. 사실 아빠가 홈런 치는 장면 때문에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TV 화면에 자기가 좋아하고 아쉬워하는 장면들이 나오니까 그걸 다시보기로 계속 돌려보면서 혼자 뿌듯해하더라”며 껄껄 웃었다.
정근우는 14일까지 타율 0.293(232타수 68안타)에 8홈런 35타점 46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도루도 13개 성공하면서 단 1차례만 실패했다. 부상으로 시즌 초반 공백기간이 길었던 지난해보다 당연히 수치가 훨씬 좋다. 특히 홈런이 벌써 8개라는 점이 눈에 띈다. 팀 내에서 윌린 로사리오(13홈런)에 이어 홈런 부문 2위다. 2005년에 프로에 데뷔한 그가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것은 지난해(12홈런)가 유일했다. 지난해까지 프로 11년간 개인통산 77홈런을 기록했다. 슬러거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올해는 지난해 자신이 친 홈런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근우는 홈런이 펑펑 터지고 있는 비결에 대해 묻자 “홈런을 치려고 의식하는 게 아닌데 홈런이 나온다. 내가 아닌 것 같다”며 웃더니 “타이밍이 잘 맞는 것 같다. 스프링캠프 때 땅볼을 치지 않고 타구를 띄우는 데 신경을 쓰고 연습을 했는데 그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다”고 설명했다.
한화 주장답게 그는 늘 팀부터 생각한다. “최근 김태균, 로사리오가 살아나면서 타선 전체가 살아난 것 같다. 난 그저 팀에 피해만 안 주려고 한다. 시즌 개막에 앞서 미디어데이 때 우리를 우승후보로 꼽기도 했다. 전문가들인데 다들 그냥 말한 게 아닐 것이다. 그게 우리 위치라는 뜻 아니냐. 초반엔 부진했지만 이제 실력이 나오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화는 이날 kt에 패하면서 다시 단독 10위로 내려앉았다. 그러나 도저히 위를 쳐다볼 수 없었던 시즌 초반과는 다른 분위기다. 이제 중위권과도 그리 멀지 않다. 정근우가 앞으로 아들 앞에서도 당당히 어깨를 펼 수 있을지, 앞으로의 한화 행보가 궁금하다.
수원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