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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브레이크] 과감함? 무모함? 흐름을 뒤바꾸는 팔스윙 하나

입력 2016-10-17 13: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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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야구장. 스포츠동아DB

잠실야구장. 스포츠동아DB

#1. 14일 넥센과 LG가 맞붙은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 1패를 먼저 안은 넥센의 1회말 공격. 1루주자 고종욱이 다음 타자 김하성 타석 때 볼카운트 3B-2S가 된 뒤 8구째에 자동으로 2루로 스타트했다. 김하성의 빗맞은 타구가 2루수 손주인의 키를 살짝 넘기면서 3루로 달렸다. 그런데 이때, 2루수 손주인이 볼을 한 차례 더듬자 정수성 3루코치의 팔이 힘차게 돌아가며 고종욱을 홈까지 안내한다. 이 선취득점은 결승점이 돼 준PO 전적을 1승1패로 맞췄다.

#2. 같은 날 메이저리그에선 정반대의 상황이 나온다. 2승2패로 맞선 LA 다저스와 워싱턴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최종 5차전. 워싱턴이 1-0으로 앞선 6회말 2사 1루에서 6번타자 라이언 짐머먼이 2루타를 날린다. 1루주자 제이슨 워스는 3루까지 도달. 그런데 밥 헨리 3루코치가 팔 스윙을 멈추지 않는다. 홈까지 뛰라는 신호. 결국 힘이 달린 워스는 홈에서 횡사하며 상대에 추격의 불씨를 제공하고, 가을잔치 탈락을 지켜봐야했다.


● 가을야구, 베이스 하나에 울고 웃다

포스트시즌이라는 큰 무대는 흔히 ‘1점 싸움’이라는 말로 표현되곤 한다. 정규시즌과 달리 각자가 자랑하는 수준급의 투수들이 총출동하는 무대인만큼 점수 하나는 서로의 희비를 가르는 경계선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1점의 중요성 덕분에 가을야구에 오른 팀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한 베이스를 더 가기 위한 주루플레이다. 어떤 베이스를 점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상대 전략은 물론 아군의 작전까지 천차만별로 바뀌기에 경기 내내 주루코치와 감독 간의 교신은 시시각각으로 이뤄진다.

실제로 주루플레이의 중요성은 올 가을야구에서도 수차례 입증되고 있다. 앞선 두 사례와 더불어 여러 팀들이 주루플레이 하나로 울고 웃으며 가을야구의 진수를 더해가고 있다.

LG는 KIA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8회말 유지현 3루코치가 무리하게 주자를 돌리다 추격주자인 유강남이 3루에서 횡사해 승부를 뒤집지 못했고, 상대 주루 미스로 챔피언십시리즈에 오른 다저스는 시카고 컵스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에서 0-1로 뒤진 2회말 아드리안 곤살레스가 홈까지 무리하게 뛰다 아웃돼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는 비단 올 시즌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2004년 현대와 삼성의 한국시리즈는 9차전까지 가는 ‘우중혈투’ 끝에 주루 미스 하나가 우승과 직결됐다. 비운의 주인공은 당시 삼성 류중일 3루코치와 두 주자 신동주와 강명구. 삼성이 7-8로 뒤진 8회 무사 1·2루에서 조동찬이 우전안타를 때려냈다. 이때 상대 우익수가 강견 심정수였던 점을 간파한 류 코치는 2루주자 신동주를 3루에서 멈춰 세웠지만, 1루주자 강명구는 이를 보지 못하고 3루까지 넘보다 횡사한다. 치명적인 실수. 결국 삼성은 패권을 현대에 내줘야했다.


● 과감과 안전의 판단 사이에서

이러한 주루플레이의 중요성 때문에 가장 곤욕을 치르는 이는 바로 각 팀의 3루코치들이다.

올해는 물론 2004년의 사례처럼 류중일과 유지현 등 KBO리그에서 내로라하는 주루 전문가들도 팔 스윙 하나로 고개를 숙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넥센 정수성 3루코치 역시 “모든 팀의 3루코치들이 ‘안 좋은 소리’를 듣고 산다”면서 “포스트시즌에는 특히 부담이 커 마음이 앞설 때가 많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가 말한 마음이 앞선 경우는 어떤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이 같은 물음에 정 코치는 “큰 경기에선 주자를 돌리면 다 살 것 같은 욕심이 머리를 스친다. 결국 무리하게 팔을 돌리는 경우가 많아져 승부를 그르치게 될 때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의욕이 앞설수록 절제가 필요한 법. 순간적인 의욕을 참아내고 상황에 맞는 적절한 판단력을 발휘하는 일이 정 코치가 말한 대비책이다. 그는 이어 “결국에는 준비 싸움이다. 경기 상황과 우리 타순, 상대 수비 포메이션을 모두 고려해놓아야 한다”면서 “어차피 선수들의 주루 능력은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으니 이를 종합해 팔을 돌릴지 말지 이성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잠실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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