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241홈런 페이스’ SK의 가공할 장타력

입력 2017-05-3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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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군단 SK의 홈런 페이스가 예사롭지 않다. 49경기 82홈런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치로 KBO리그 역사를 새로 써낼 기세다. 무엇보다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예측불가능성이 상대팀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BO리그 역사상 단일팀이 단일시즌에 200홈런 이상을 터뜨린 사례는 딱 5번 있었다. 1999시즌 KIA(당시 해태·210홈런)와 삼성(207홈런)이 동시에 200홈런을 넘었다. 2000시즌에 지금은 사라진 현대가 208홈런을 터뜨렸다. 그리고 2003시즌, 이승엽의 56홈런을 앞세운 삼성이 213홈런을 쏴 올렸다. 이후 200홈런 팀은 한동안 명맥이 끊겼다. 2010시즌 역대급 타선을 구축한 롯데가 185홈런, 목동구장의 특성을 극대화한 넥센이 2014시즌 199홈런까지 갔다. 그리고 목동구장에서의 마지막 시즌인 2015년 넥센은 203홈런에 도달했다. 넥센이 고척돔으로 옮겨가며 200홈런 팀은 다시 멸종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 최적화된 라인업으로 포석을 짠 SK는 홈런야구의 끝장판을 보여주고 있다. 29일까지 SK는 49경기에서 82홈런을 기록 중이다. 지금 이 홈런 페이스를 144경기로 환산하면 241홈런이 된다. 이제껏 KBO리그가 보여주지 못했던 미지의 영역이다.

28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LG트윈스와 SK와이번스의 경기가 열렸다. 4회말 무사 SK 로맥이 다시 앞서가는 좌월 솔로 홈런을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아 홈인해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문학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어떤 야구가 재미있는 야구인가?

김성근~이만수 감독과 결별한 뒤, SK는 특정인의 리더십에 구단의 컬러가 입혀지는 방식을 탈피하고, 시스템을 이식하는데 주력했다. 시스템의 핵심은 어떤 컨셉의 팀을 만드느냐로 모아졌다. SK 프런트가 원하는 야구의 목적은 ‘재미있는 야구’였다. 후발주자라 강한 팬덤을 가지지 못한 SK인지라 메시지가 중요했다. SK는 야구에서 흡입력을 줄 수 있는 포인트를 홈런이라고 설정했다. 마침 SK의 홈필드는 타자친화적이었다. 홈런을 많이 맞을 수 있겠지만 많이 칠 수도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의외성을 갖췄다는 뜻이 함축돼 있고, 팬들의 시선을 잡아끌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김용희 전 감독을 재신임한 2016시즌부터 사실상 선수 구성의 주도권을 프런트가 가졌다. 그런 바탕에서 장타자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2016시즌 182홈런에 이어 2017년의 기록적 홈런 페이스는 우연이 아닌 포석의 성과다.

28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LG트윈스와 SK와이번스의 경기가 열렸다. 5회말 2사 SK 최정이 중월 솔로 홈런을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아 홈인해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문학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 언제 어디서 터질지 알 수 없는 홈런타선

과거 200홈런 팀에는 이승엽, 박병호(전 넥센·현 미네소타) 같은 독보적 홈런타자들이 빛날 때가 많았다. SK에도 최정이라는 홈런왕이 버티고 있다. 그러나 SK의 특성은 라인업 전원이 홈런 잠재력을 갖췄다는데 있다. SK에서 1홈런 이상 기록한 타자만 14명이다. 최정(15홈런)~한동민(14홈런)~김동엽(10홈런)은 벌써 두 자릿수를 돌파했다. 이홍구는 64타수에서 9홈런, 로맥은 56타수에서 7홈런이다. 홈런이 많다는 것은 OPS(출루율+장타율)의 증가와 비례한다. 실제 KBO에서 5명뿐인 OPS 1.000 이상 타자를 2명 이상 보유한 팀은 SK(최정 1.028, 한동민1.057)가 유일하다. SK 야구의 파괴력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SK는 완성형의 팀이 아니다. 그러나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신호가 선명하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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