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심동섭. 스포츠동아DB
KIA에게 2015시즌은 의미 있는 한 해였다. 1998년 임창용(34세이브) 이후 17년 만에 타이거즈 소속으로 30세이브 투수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KBO리그로 돌아온 윤석민을 뒷문에 배치시킨 김기태 감독의 한 수가 통했다.
다만 이는 임시방편에 가까웠다. 4년 9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한 윤석민은 선발로 돌아가야 할 선수였다. 수년간 주인을 찾지 못했던 KIA 마무리는 다시 한 번 공석이 됐다.
KIA는 지난해 67승을 올렸다. 팀 세이브는 절반에 가까운 32개, 이중 30세이브가 윤석민의 몫이었다. 그의 존재 덕분에 잡을 경기는 확실히 잡고 간다는 계산이 가능했다. 다만 51경기서 70이닝을 던진 윤석민 외에 ‘플랜 B’는 없었다.
한국시리즈 10번째 우승을 차지한 2009년 유동훈(22세이브) 이후 마무리 부재는 매년 KIA의 고민이었다. 임시방편으로 외국인투수들을 데려왔지만, 본질적 해결책은 아니었다.
FA(프리에이전트) 시장에서 외부 영입을 시도했으나,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외국인투수 2명(헥터 노에시, 지크 스프루일)과 좌우 에이스 양현종, 윤석민, 여기에 5선발로 성장한 임준혁까지 올 시즌 선발진은 계산이 서지만, 이번에는 뒷문이 문제다.
그래도 지난해 홀드 2위(21개)에 오른 좌완 심동섭의 존재가 반갑다. 구단도 심동섭에게 9100만원에서 53.9% 인상된 1억4000만원의 재계약 선물을 안겼다. 생애 첫 억대 연봉이다.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2010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입단한 심동섭은 팀의 장기 플랜에서 중심으로 자리 잡아줘야 할 투수다. 아직 제구가 불안하지만, 그나마 계산이 서는 쪽에 가깝다. 베테랑 최영필와 김광수 등이 앞에서 무게중심을 잡아준다면, 심동섭에게 더욱 편하게 9회를 맡길 수도 있다.
지난 시즌 꼴찌 후보라는 평가에서 5강 경쟁이라는 수확을 거둬낸 KIA다. 새로운 뒷문지기를 찾아야 하는 2016시즌은 호랑이군단의 ‘십년지계’를 결정할 중요한 1년이 될 듯하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