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말한다]박정태1999년PO7차전"그런게임있을까요?"

입력 2009-10-09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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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그리고 팬들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게임이죠. 다시 그런 게임이 나올까요?”

‘탱크’ 롯데 박정태(40) 코치는 1999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7차전을 “죽어도 잊지 못할 경기”라고 돌이켰다.

롯데는 1승3패로 벼랑 끝에 몰린 뒤 5차전과 6차전을 1점차로 잡고 3승3패 균형을 맞췄다. 대구구장에서 열린 최종 7차전. 4회말 이승엽과 김기태의 솔로홈런으로 삼성이 2-0 리드를 잡았다. 롯데는 삼성 선발 노장진의 묵직한 강속구에 5회까지 눌리다 6회초 2사후 호세의 중월 솔로포로 1-2로 따라붙었다.

그런데 호세가 3루를 돌 때 관중석에서 맥주캔이 날아들었다. 덕아웃 앞에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순간 관중석에서 다시 물병을 비롯한 온갖 오물들이 투척됐고, 계란에 급소를 맞은 호세는 급기야 흥분을 참지 못하고 만류하는 동료들을 뿌리치며 배트를 관중석으로 집어던졌다.

이때부터 팬들과 롯데 선수단의 싸움으로 번지면서 대구구장은 아수라장. 호세의 퇴장이 선언되자 롯데의 리더였던 박정태는 선수들에게 철수를 지시했다.

“좋은 경기로 팬들을 즐겁게 해주는 게 선수들의 임무인데 생명까지 위협받는 분위기에서 도저히 경기를 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관중이 던진 음료수 캔에 매니저 이마가 찢어진 것을 보고 저도 흥분해버렸죠. 요즘엔 팬들 의식도 많이 좋아져 그런 팬들이 거의 없죠.”

롯데 김명성 감독이 심판들의 설득을 받아들여 23분 만에 경기가 재개됐다. 그리고 경기 중단은 어쩌면 롯데에겐 전화위복이 됐는지 모른다.

“우리로서는 의기투합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그리고 100% 이긴다고 확신을 했죠. 뒤지고 있었지만 누구도 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경기 재개 후 곧바로 마해영은 어깨가 식은 노장진을 상대로 동점 솔로홈런을 터뜨렸고, 7회초 교체된 임창용을 맞아 김응국의 중전 적시타로 3-2로 역전에 성공했다. 8회말 김종훈의 이승엽의 백투백홈런이 터지며 삼성이 재역전하자 롯데는 9회초 1사1루서 임수혁의 동점 투런포로 극적인 5-5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연장 11회초 김민재의 짧은 중전안타에 발 빠른 신인 임재철이 2루에서 홈까지 필사적인 질주를 하면서 6-5 승리를 거뒀다.

결국 롯데는 한국시리즈 진출권을 따냈고, 3승1패로 앞서고도 3연패를 당한 삼성 선수들은 덕아웃에서 서럽게 펑펑 울었다.

“야구는 정말 9회부터라는 것을 실감한 경기였어요. 경기 내용만으로도 명승부 중의 명승부였잖아요. 죽어도 잊지 못할 경기죠. 다시 그런 경기 구경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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