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과의 플레이오프가 한창이던 어느 날, 한국시리즈(KS) 복귀에 맞춰 몸만들기에 열중하던 SK 김광현은 감독실로 호출됐다.
김성근 감독은 짤막하게 말했다. “KS에서도 안 쓸 테니 그리 알고 있어라.” 플레이오프 기간 줄곧 “KS는 생각하지도 않고 있다”고 누누이 밝혀온 김 감독이지만 김광현에 대해서만큼은 미리 생각을 정리해놓고 있었던 것이다.
예전 김 감독은 “요즘 선수들은 약해빠졌다”라고 못마땅하게 여겼다. “이광길(현 SK 주루코치)은 현역 때 발가락뼈가 부러져도 뛰었다”고도 말했다. 실제 그런 필사의 전력투구 마인드로 2007∼2008년 2년 연속 KS 챔피언을 쟁취했다.
그러나 2009시즌부터 말과 행동이 점진적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16일 KIA와의 KS 1차전을 앞두곤 “우승과 투수 부상 방지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란 뜻밖의(?) 발언을 꺼내기도. 그럴 수 있게 된 근거로 김 감독은 과거 2년의 우승을 들었다.
“베스트 전력이 아닌 멤버로 여기까지 온 것만도 대단하다”고 KS를 앞두고도 가진 자의 여유를 뽐냈다.
광주|김도헌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