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훔쳐본 북한기자 노트북
오!∼ 구글검색 “센스있는걸”
○단체 인터뷰의 외톨이…“강민수·오범석 좀 챙겨야겠네”
최현길: 어제 단체 인터뷰가 제일 궁금한데 분위기 어땠니.
윤태석: 23명을 3명씩 한 조로 포지션별로 나눴어요. 박지성과 김보경만 2명이 한 조였어요. 좀 가슴이 아픈데요. 제가 제일 처음 간 테이블이 박주영-강민수-염기훈이었는데 홀로 외로이 있던 강민수--;
최현길: 주요 선수에게 몰리는 건 언제나 그렇지.
윤태석: 강민수의 눈을 일부러 못 마주쳤습니다. 이게 단체 인터뷰의 안 좋은 점인데.
최현길: 인간적으로는 안됐어도 기자도 먹고 살아야 하기에 미안하지만.
윤태석: 기사를 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스타에게 몰리는 게 참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현길: 근데, 짬을 내서 한마디 걸어주면 평생 잊지 못한다. 나도 그런 게 조금은 후회돼.
윤태석: 마음은 그렇게 되는데 시간이 30분으로 짧아서 잘 안되더라구요.
최현길: 강민수 말고 또 다른 외톨이는 없었어?
윤태석: 오범석이 좀 외톨이였구요. 근데 오범석은 원래 이런 분위기에 익숙하다는 말을 했답니다ㅋ
최용석: 내가 대표팀에 합류해서 외톨이들 좀 챙겨야겠네. 저도 외곽 조에서 떠돌이생활을 좀 했더니 그 심정 이해할 듯 합니다. 메인에서 벗어난 설움 ㅠ.ㅠ.
최현길: 꼭 기억했다가 기회 되면 한번씩 풀어주렴.
○북한이라고 부르면 대답도 안해줘…황당한 북한 감독님
최현길: 북한에서도 TV 중계팀이 왔다며?
최용석: 팀 안에 1명, 팀과 별도로 2명 다닙니다. 재미난 것은 이 2명을 미국 아이디카드 가진 한인 여성이 챙긴다는 점이에요. 그 여성분 30∼40대로 보이는데 한국기자들과도 말도 하고 그래요. 민감한 이야기는 안 하지만.
윤태석: 오∼∼
최용석: 북한 기자 2명은 주로 화면 담는데 집중해요. 어제 살짝 노트북 쓰는 걸 뒤에서 봤는데 구글 검색도 하던데요. ㅋ
윤태석: 트위터는 안 하나? ㅎㅎ
이해리: 기자회견 화면 보니깐 북한 사투리 통역하는 게 쉽지 않을 거 같던데요. 감독의 자신감이 대단해요.
최용석: 원래 아주 단호한 말투를 쓰는데다 북한스타일로 전투적으로 말해. 한 한국 기자가 질문하면서 ‘북한’이라고 했다가 감독이 “북한은 없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만 있다”고 말하고 그 뒤엔 질문에 답도 안했어요.
최현길: 어딜가나 그래. 좀 이해하면 될 터인데, 너무 민감하단 말이야.
윤태석: 북한 팀 예전에 취재할 때 마음속으로 계속 북한 아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중얼중얼 거렸던 기억이--;
최현길: 겁이 나서?
윤태석: 근데 저절로 북한이라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피는 물보다 진하다”…한국 기자들 북한응원 한목소리
최현길: 한국 기자들은 북한이 브라질 잡기를 바라고 있지.
윤태석: 당연하죠! 천안함이다 뭐다 해서 민감하지만 사실은 북한을 응원하죠.
최현길: 그런데 외신 기자들은 오해를 하고 있다고?
최용석: 외신기자들은 남과 북이 원수지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어제 북한 기자회견장 갔더니 외신기자들이 한국기자들 붙잡고 질문을 계속 하는 거예요. 대부분이 한국은 북한이 지길 원하냐, 한국과 북한의 지금 상황은 전쟁에 가깝지 않냐 등등. 다소 정치적인 것들이었죠.
이해리: 선배는 뭐라고 답하셨어요?
최용석: 당연히 아니라고 했지. 천안함 사건 때문에 사이가 안 좋은 것은 맞지만 이것은 축구지 정치가 아니고.
이해리: 오∼ 멋진데요.
윤태석: 제가 오늘 요하네스버그로 이동해서 북한-브라질 경기 직접 볼 생각이거든요∼ 한국기자들 분위기 내일 생생 메신저에서 생생히 전해드릴게요 ㅎㅎ
최용석: 태석이 표 안 나왔던데?
이해리: 푸하하ㅋ
최용석: 내가 어제 가서 확인했는데 너 이름 없던데 ㅋㅋ
윤태석: --; 웨이팅이에요. 선배가 못 가면 저한테 차례가 오겠죠.
최용석: 내가 표 받으니까 걱정말게!
최현길: 표 없으면 꽝이다.
최용석: 참, 요하네스버그의 밤 경기는 추우니까 옷 단디 입고 가야 한다. 파카 꼭 챙겨.
윤태석: 예 명심하겠습니다.
본사|최현길 축구팀장 choihg2@hotmail.com
이해리 기자 dlgofl@hotmail.com
프리토리아|최용석 기자 gtyong@hotmail.com
루스텐버그|윤태석 기자 sportic@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