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왼손 외야수 이영욱은 올시즌 팀의 톱타자 고민을 말끔히 씻어주는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다. 오른 발목 부상으로 15일 대구 두산전에는 선발출장하지 못했지만 전날까지 77경기에서 타율 0.297, 3홈런, 32타점, 53득점, 21도루로 올스타급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좌투수에는 타율 0.233으로 꽤 부진하다. 상대 선발이 좌투수인 날에는 2번 또는 9번으로 타순도 내려간다.
좌투수 극복의 숙제를 안은 그에게 SK 김광현-LG 봉중근-한화 류현진 등 국내 대표 좌완투수 3인방은 무척이나 까다로운 상대들. 올 시즌 김광현에게 3타수 무안타, 봉중근에게 8타수 무안타, 류현진에게 5타수 무안타다. 이영욱은 특히 류현진을 어려워했다. “(투구시) 팔은 무지 부드럽게 뻗는데 볼은 포수 미트에 ‘팡’ 하고 꽂힌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김광현은 와인드업 단계부터 일관되게 힘으로 볼을 뿌려대는 스타일이라 리듬이 일정해 타이밍을 맞추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고.
봉중근은 어떨까. 뜸들이지 않고 곧장 “물론 쉽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나 잠시 후 덧붙인 한 마디가 걸작이었다. “타석보다는 1루에 나갔을 때가 더 힘들어요.”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주자 견제에는 동물적 감각을 자랑했던 봉중근이기 때문이다.
대구|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