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넥센 선발 투수 김성태가 역투하고 있다. 목동 | 국경원 기자 (트위터 @k1isonecut) onecut@donga.com
31일 광주 KIA전을 앞둔 넥센 김시진 감독은 덕아웃 안으로 향하던 김성태(사진)를 불러 세웠다.
‘너구리’는 김 감독이 투수코치 시절부터 김성태를 부르던 별명이다. 김성태는 무엇인가를 예감한 듯 쭈뼛쭈뼛한 모습. “야, 너 볼넷 한 개 당 수염 몇 개라고 그랬지?” 김 감독은 김성태를 앞에 세운 뒤, 그의 턱수염을 만지작거렸다. 사연은 이렇다. 올 시즌 젊은 투수들의 볼넷 남발로 고민이 많은 김 감독은 김성태에게 “볼넷 한 개당 수염 5가닥을 뽑는다”고 장난스럽게 엄포(?)를 놓았다.
앳된 얼굴의 김성태는 “강한 인상을 남기고 싶다”며 시즌중반부터 수염을 기르기 시작한 터였다. 이후 성적도 괜찮고, 주변의 반응도 좋아 계속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었다. “나도 스트레스 해소 좀 하자. 성태야, 너 어제 볼넷 3개 줬으니까 15가닥….” 김 감독이 수염을 잡자, 김성태는 움찔움찔. 하지만 장난일 뿐이었다. “볼넷 주지 말라”는 말로 상황은 종료됐다.
김 감독은 전날 경기를 평가하면서 “김성태가 나무랄 데 없는 피칭을 했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김성태는 30일 한국최고투수 윤석민(KIA)을 상대로 6이닝 3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는 등 올 시즌 꾸준한 활약을 하고 있다.
광주 | 전영희 기자 (트위터@setupman11)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