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전성기를 맞은 울산 캡틴 곽태휘는 스포츠동아 카톡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축구 인생관을 담담히 풀어냈다. 사진제공|울산 현대
실수의 큰 무게감 ‘수비수의 매력’
얼마전 둘째 탄생…가족은 내 전부
아시안컵 시련…축구인생 큰 교훈
남은 5경기 죽을 각오로 뛰어야죠
울산 현대 곽태휘(30)의 닉네임은 ‘골 넣는 수비수’다. 올 시즌 31경기에 출전해 7골 1도움을 기록했다. 컵 대회를 제외한 정규리그 무대에서만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팀 내 최다 골 기록은 꺽다리 공격수 김신욱의 17득점이지만 정규리그에서는 오히려 곽태휘가 한 골 앞선다. 그렇다고 본업을 게을리 하는 것도 아니다. 중앙 수비수로서, 캡틴으로서 완벽한 몫을 하며 벤치와 동료들로부터 강한 믿음과 신뢰를 사고 있다. 모든 인터뷰가 카카오톡으로 진행돼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는 들을 수 없었지만 시종 진득함이 묻어나왔다. 나중에 휴대폰을 살펴보니 농담도 없고, 그 흔한 이모티콘도 없는 심드렁한 검은색 글씨뿐이었지만 그래서 더욱 신뢰감이 느껴졌다. 평범한 회사원이 되기 싫어 고교 시절 갑자기 축구 선수로 진로를 바꾼 곽태휘와의 대화록을 풀어본다.
● 가족들은 내 인생 그 자체
- 둘째를 최근 보셨죠.
“8월에 둘째 아기가 태어났어요. 이름은 시연이고요. 아직까지는 아기라서 절 알아보지는 못해요. 큰 애가 3살배기 아들 녀석(시훈)인데, 혼자 키우면 재미없잖아요. 태어나자마자 젤 먼저 본거요? 그냥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아빠들이 모두 걱정하고 궁금해 하는 거요.”
- 가족 사랑이 남다른가 봐요.
“제 인생의 전부라고 할 수 있죠. 그냥 다른 말이 필요하나요? 가족들이 있어 제가 있고, 그래서 제가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 나중에 시훈이가 축구 선수를 하겠다고 하면요.
“글쎄요. 뭐, 굳이 한다고 해도 반대할 생각은 없어요. 자기가 좋아서 하는 직업을 갖는 게 가장 행복한 인생이잖아요. 재능이 있다면 해야죠. 그런데 잘 뛰어다녀요. 엄마 아빠를 모두 지치게 만들 정도니까. 체력이 원체 좋아서.”
- 스스로 얼마짜리 남편, 얼마짜리 아빠라고 생각하세요.
“별로 좋은 아빠라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데요.^^ 나름대로 한다고 하는데 집사람은 좀 더 잘해달라고 끝없이 주문하네요.”
- 가족들과는 주로 뭘 하세요.
“모든 축구 인들은 이해할거에요. 시즌이 진행되는 기간에는 사실 가족들 얼굴 한 번 볼 기회가 드물죠. 그나마 시즌 도중 휴식일이 있어도 성적에 따라 반납을 하고, 합숙훈련까지 들어가니까요. 가끔씩 모이면 가까운 교외로 소풍을 나가거나 외식을 하는 정도?”
● 우연히 시작된 선수의 삶
- 축구화를 우연히 신게 됐다고 하던데.
“사실 고교 1학년 때부터 축구를 시작했어요. 그냥 축구가 좋았어요. 이전까지는 친구들과 함께 운동장을 뛰는 정도였죠. 정식으로 배운 건 고교 때가 처음이었어요.”
- 득점을 많이 올리는 이유가 뭘까요.
“그냥 평소처럼 하는데. 집중하고, 경험이 쌓이고, 주장으로서 책임감으로? 굳이 또 꼽으라고 한다면 세트피스 연습을 많이 한다는 것? 집중하고 반복하고.”
- 수비수의 매력은 뭔가요.
“공격수와는 전혀 다르죠. 실수의 차이와 무게감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공격수는 승리를 책임진다면, 저희 수비수는 패배 여부를 결정하죠. 계속 못하다가 한 방 터뜨리면 될 스트라이커와는 달리 저희는 한 번 실수가 그대로 실점이잖아요. 그래서 더 매력이에요.”
- 주장으로서, 수비수로서 나만의 장점이 있다면.
“수비력과 제공권과 위치 선정, 전체 팀플레이 조율? 하긴, 이는 다른 선수들도 하는 건데. 부족한 점을 말하면 안돼요?”
- 예, 그럼요.
“너무 헌신하려다가 의욕이 앞설 때가 있어요. 굳이 제가 할 필요가 없는 부분까지 커버하려다 무리한 움직임이 나오죠. 실수가 나고. 오히려 독이 된다니까요.”
● 아픔과 시련…그 속에서 얻은 교훈들
- 그런 면에서 올해 1월 아시안컵이 아쉽죠.
“자꾸 생각하지 않으려고요. 보여드린다고 하려다 그렇게 됐으니. 하지만 그런 일을 통해 교훈을 얻었죠. 해선 안 될 부분들과 해야 할 부분들.”
- 카타르 등 중동에서 러브 콜을 받았잖아요.
“국내 복귀 이유를 묻는거죠? 제 진가와 장점을 한 번 더 어필하고 싶었어요. 그런 면에서 한 단계 상승하고 싶었고요.”
- 일본에서 뛰던 곽태휘와 지금의 차이는.
“마음가짐이요. 작년 한 시즌 간 J리그 교토 상가에서는 전 용병 신분이었죠. 제 몫만 하면 되는. 그런데 여기선 제가 주력이고 주장이잖아요. 헌신도의 차이도 있죠.”
- 울산은 멤버 구성만 보면 최강이라는 평가가 있죠.
“잘 알고 있어요. 저희에게는 더 이상 ‘다음’이란 표현은 필요 없죠. 매 경기가 결승이에요. 남은 5경기는 죽을 각오로 뜁니다.”
- 한 쪽 눈이 아프잖아요.
“힘든 건 없어요. 축구 선수들은 누구나 부상을 당하잖아요. 저도 그 뿐이에요. 특별히 더 심각하다고는 보지 않아요. 지금 이렇게 행복한데요.”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