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스 카브레라(27·샌디에이고). 동아닷컴DB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유격수 에베스 카브레라(27)가 도루왕 2연패를 향해 달리고 있다.
카브레라는 지난해 생애 첫 도루왕(내셔널리그) 자리에 올랐고, 올해도 31일(한국시간) 현재 37개의 도루를 기록해 이 부문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전체 1위인 제이코비 엘스버리(30·보스턴)와는 단 2개 차이.
니카라과 출신인 카브레라는 지난 2006년 콜로라도에 입단해 미국으로 건너왔다. 마이너리그에서 꾸준히 성장하던 그는 2008년 도루 73개를 성공해 당시 마이너리그 전체 최다도루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그 해 11월 룰파이브 드래프트를 통해 샌디에이고로 이적했다.
룰파이브 드래프트를 통해 영입한 선수는 다음해 1년간 메이저리그 25인 명단에 포함시켜야 하는 조항 때문에 카브레라는 2009년 4월 빅리그에 데뷔했다. 그 해 손 부상으로 2달이나 결장했지만 카브레라는 총 10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5 25도루 59득점을 기록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카브레라는 2010년 개막전 명단에 포함되며 기대를 모았지만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고작 76경기 출전에 그쳤다. 부상 때문에 도루(10개)는 물론 수비능력도 추락했고, 이 때문에 2011년 대부분의 시간을 마이너리그 트리플 A에서 뛰었다. 당시 카브레라의 빅리그 출전은 단 2경기.
카브레라는 지난 시즌도 트리플 A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시즌 초 타율 0.333의 맹타를 휘두르자 기회가 찾아왔다. 당시 샌디에이고 유격수 제이슨 바트렛이 부상자 명단에 오른 것. 지난해 5월 빅리그로 콜업된 카브레라는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며 주전자리를 꿰찼다.
특히 지난해 7월 카브레라가 다저스 마무리 켄리 젠슨을 상대로 성공시킨 9회초 동점 홈스틸은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약 30년 만에 나온 진기록이었다. 카브레라는 또 지난해 9월 안타 하나 없이 한 경기 4개의 도루를 달성했는데 이 또한 14년 만에 나온 진기록이다.
이처럼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빈 카브레라는 지난해 44개의 도루를 성공시켜 샌디에이고 선수가운데 처음으로 내셔널리그 도루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당시 그의 도루성공율(91.7%) 또한 내셔널리그 최고였다. 지난해 도루왕 타이틀과 함께 빅리그에 안착한 카브레라는 올 시즌 내셔널리그 올스타에 선정되는 영예도 안았다.
동아닷컴은 최근 국내 언론 최초로 미국 현지에서 카브레라를 만나 인터뷰했다.
에베스 카브레라(27·샌디에이고). 동아닷컴DB
다음은 카브레라와의 일문일답.
-한국인 기자다. 지금 인터뷰할 수 있나?
“가능하다. 그런데 한국 기자라면 혹시, 전(준호) 코치를 아는가?”
-물론이다. 전 코치는 어떻게 아나?
“지난 2011년 스프링캠프 때 처음 만났다. 당시 전 코치가 우리 팀에 초청코치로 와 있었다. 시즌이 시작되면서 각자 속한 팀이 달라 헤어졌지만 스프링캠프 때 전 코치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는 한국프로야구 도루왕 출신답게 도루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있었다. 인상적이었다.”
-어떤 점이 인상적이었나?
“(웃으며) 영업비밀이라 자세히 말해줄 순 없지만 상대투수의 볼 배합이나 투구폼 등을 이용해 도루 타이밍을 잡는 것에 대해 배웠다. 유용한 정보였고 많은 도움이 됐다. 전 코치가 한국에 있다고 들었다. 혹시 만나게 되면 꼭 안부를 전해달라.”
-그렇게 하겠다. 이제 당신 이야기를 하자. 최근 컨디션은 어떤가?
“아픈 곳도 없고 매우 좋다.”
-올해 처음 올스타에 선정된 것을 축하한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
“(웃으며) 올스타로 뽑혀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한편으론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꼈다.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항상 최선을 다해 내년에도 올스타에 뽑힐 수 있도록 하겠다.”
-지난해 도루왕답게 올해도 36개로 내셔널리그 1위다. 올 시즌 목표가 있다면?
“특별히 정해놓은 목표는 없다. 부상 때문에 약 2년간 마이너리그에 가 있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늘 부상 없이 건강하게 시즌을 마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도루왕 타이틀은 물론 올스타로 선정되며 메이저리그에 안착했다. 자신만의 비결이 있다면?
“아예 시작을 하지 않았으면 모를까 일단 메이저리그라는 목표를 세우고 도전했으면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했던 게 주효한 것 같다.”
에베스 카브레라(27·샌디에이고). 동아닷컴DB
-내셔널리그 도루왕 2연패가 보인다. 도루를 잘하는 남다른 비결이 있다면?
“어렸을 때 처음 야구를 시작하고부터 늘 도루왕이 되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남들보다 더 도루에 집중하며 특히 지도자들에게 도루에 관한 질문을 많이 한다. 오프시즌 때도 하체강화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고 등산도 자주 하는 편이다. ”
-야구는 맨 처음 언제 시작했나?
“6살 때 리틀리그를 통해 처음 야구를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야구는 인기스포츠이다.”
-어렸을 때 야구를 시작했다. 당시 가장 좋아했던 팀은?
“어렸을 때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가장 좋아했다. 하지만, 지금은 샌디에이고를 제일 좋아한다. 하하.”
-야구를 시작한 후 가장 행복했던 때는 언제였나?
“전에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메이저리그로 콜업됐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했는데 올 해 처음 올스타전에 출전하게 되어 이제는 야구를 시작하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2개로 늘었다.”
-지난해 다저스 마무리 젠슨을 상대로 홈스틸을 성공했다. 근 30년 만에 나온 진기록인데 당시 감독의 사인이 있었나?
“아니다. 팀 승리를 위해 평소와는 다르게 상대를 압박해야겠다는 생각에 내 스스로 시도한 단독도루였다. (웃으며) 다행히 홈스틸을 성공해 동점이 되었고 그 후 흔들린 젠슨의 폭투로 1점을 추가해 승리할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투수를 꼽자면?
“(주저 없이) 세인트루이스의 애덤 웨인라이트가 가장 상대하기 어렵다.”
-경기나 연습이 없는 날은 주로 무엇을 하나?
“집이 샌디에이고에 있다. 해변이 가깝기 때문에 연습이나 경기가 없는 날은 가족과 함께 해변에 가는 걸 좋아한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한다.”
-아이들은 몇 살인가?
“아들만 둘인데 큰 애는 3살이고 작은 애는 생후 18개월 됐다.”
전준호(왼쪽) NC 주루 코치의 메이저리그 코치 연수시절 모습. 전 코치 옆은 샌디에이고 주루코치 데이브 로버츠. 동아닷컴DB
-애들이 아직 어린데 그들도 아버지가 야구선수인 걸 아나?
“작은 애는 아직 어려서 잘 모르지만 큰 애는 안다. 그리고 큰 애는 야구를 좋아해서 (웃으며) 장차 나처럼 야구선수가 될 것 같다.”
-야구 외에 잘하는 운동을 꼽자면?
“축구를 좀 한다. (웃으며) 야구선수가 되지 않았다면 축구선수가 되었을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가?
“남미 출신이다 보니 남미음식을 가장 좋아한다. 외국음식 중에서는 생선초밥을 제일 좋아한다.”
-당신도 별명이 있나?
“그렇다. 사람들이 내 이름을 줄여 카비라고 부른다.”
-당신에게 ‘야구’란 어떤 의미인가?
“나는 야구를 정말 사랑한다. 실력으로는 이 세상 최고가 아닐지 모르지만 야구를 향한 내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야구를 사랑한다.”
-끝으로 한국에 있는 당신 팬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먼저, 한국에 있는 야구팬들에게 정중하게 인사부터 전하고 싶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나와 우리 팀이 잘할 수 있도록 계속 응원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전준호 코치에게도 꼭 안부를 전해달라. 고맙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22.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