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의 웰메이드 미스터리 스릴러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이 낮은 수치에도 마니아 층을 확보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은 한 평범한 마을에 오게 된 영어 교사 소윤(문근영)이 백골 시체를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서늘한 가을밤 시청자들의 두뇌를 풀가동시키는 추리극으로 호평을 얻고 있다.
이에 한 마을이 안고 있는 비밀과 도대체 연쇄 살인의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했던 나머지 직접 파주의 촬영장까지 찾아가 연출을 맡은 이용석 PD를 만났다. 어쩌면 그와의 인터뷰에서 드라마 속 범인의 실마리가 보일 수도 있다.
-왜 가을에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가 편성됐나.
이용석 PD(이하 이): 이 드라마는 내가 기획팀장으로 있던 시절 SBS 내부의 기획팀에 있던 작가가 오랫동안 준비했던 작품이었다. 사실 지상파에서 방송하기엔 무거운 작품이었지만 버리기엔 정말 아까웠다. 마침 운 좋게 자리도 났고 회사 윗분들도 '언제 이런 장르 또 하겠느냐'며 용기를 내 방송을 할 수 있게 됐다.
-이 드라마 속 여주인공인 문근영의 역할은.
이: 여기서 문근영의 역할은 시청자와 같다. 내레이터이자 외부인으로 이 마을을 관찰하는 입장이다. 시청자들이 문근영이 맡은 한소윤의 시점에서 이 드라마를 보게 되길 원했다.
-문근영과 육성재의 조합. 커플로 발전하나.
이: 문근영와 육성재가 콤비 플레이를 하긴 하지만 둘 다 다양한 캐릭터와 마주치고 콤비 플레이를 한다. 특히 육성재가 맡은 우재의 경우는 한경사(김민재)와의 브로맨스도 있다.
분명히 이 작품에서 문근영, 육성재가 드라마에서 썸은 탈 수 있지만 본격적으로 발전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처음부터 육성재를 캐스팅 하는 순간 연출자로서 '일은 일대로 벌어지고 연애는 연애대로 하는 드라마로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이 들었다. 문근영-육성재 조합은 이 드라마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는 콤비인 셈이다.
-미스터리 장르 연출에 어려운 점은 없나.
이: 연출이 어렵다기 보다는 배우들에게 어디까지 알려줘야 하는지가 제일 힘들다. 범인이 누구인지를 나와 범인으로 확정된 배우만이 아는데 다른 배우들에게 어디까지 알려줘야 하는지를 정하는게 고민스럽다. 개인적으로 전작이 사극, 액션, 코미디였기 때문에 미스터리 장르가 어렵긴 하지만 이미 난 결말을 알기 때문에 어디로 드라마를 끌고 가야하는지 알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잔뜩 추리시키고 흐지부지 끝난 미스터리 장르 드라마가 많다. 초자연적 존재가 나와 시청자를 실망시킨 작품도 있다. 이 드라마의 결말은 어떤가.
우선 내 성향이 뭐든지 논리적으로 하려는 사람이라서 그렇게 흐지부지 끝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 드라마는 우선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자 작은 정의를 지키지 않을 때 큰 정의가 어떻게 무너지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시청자들이 결말을 보고 실망은 할 수 있어도 당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나와 작가도 시청자와 페어게임(fair game)을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시청자가 드라마 안의 실마리를 맞추면 범인을 알 수 있게 만들겠다. 추리소설도 처음에는 범인 쫓는 맛으로 보지만 두번째는 제대로 실마리를 깔아놓았는지를 찾는 재미가 있지 않나. '마을-아치아라의 비밀'도 그런 드라마로 만들겠다.
파주=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