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도박 100조 시대, 단속만이 능사일까

입력 2013-08-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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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법도박 업자들이 ‘최고배당 9999배’라고 선전하며 운영한 사설경마 홈페이지. 2. 경찰이 단속한 사설경마 현장. 책상위에 놓인 출주표들이 눈에 띈다. 3. 사설경마 단속 현장에서 나온 뭉칫돈. 고객들은 일확천금을 꿈꾸며 베팅을 하지만 사설경마의 승률은 1%가 안된다.

불법도박이 사회 곳곳에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불법도박은 그 자체가 범법행위이다. 또한 스포츠의 승부조작, 조직폭력배의 도박장 운영, 도박자금 마련을 위한 폭력 등 2차 범죄를 유발한다. 평범한 시민을 도박중독에 빠지게 하는 등 사회적 폐해도 심각하다. 특히 불법도박은 한 푼의 세금도 납부하지 않는 ‘지하경제’로 국가 재정에 심각한 피해를 끼친다. 스포츠동아는 불법도박의 실태를 점검하고, 불법도박을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제시하는 ‘불법도박 근절해야 국민행복시대 연다!’ 시리즈를 3주에 걸쳐 매주 화요일자에 게재한다.

■ ‘지하도박 양성화’가 대안이다



불법도박, 합법적 사행산업 10배 규모
전화 한 통·클릭 한 번에 무제한 베팅
제도권 밖이라 도박 폐해 막기 어려워
사감위 권한 강화로 단속도 병행해야


최근 서울남부지검 형사2부는 경마장 인근 PC방에서 ‘배당률 1만배’를 내걸고 불법 온라인 경마 사이트를 운영해 120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로 박모씨(35) 등 6명을 구속하고 최모씨(30)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수도권과 부산의 경마장과 경륜장에서 나오는 고객들에게 ‘조작 0%, 최고배당률 9999배’ 등 문구와 연락처가 적힌 전단지를 배포하고 전화를 건 손님을 PC방으로 유인하는 방법으로 호객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작이 없다고 선전했지만 실제로는 수시로 게임기를 조작했다”며 “배당률 환상에 끌려 이 곳에서 경마게임을 했던 고객의 승률은 1%도 안됐다”고 밝혔다.


● 불법도박 시장 100조 육박…4년 만에 78% 늘어

최근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의 발달과 맞물려 불법도박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휴대전화에는 하루 수십통씩 불법도박 관련 문자나 스팸 메일이 쏟아진다. 이를 보고 호기심에 참여했다가 수십억원을 날리고 검찰 수사까지 받은 연예인, 운동선수, 대학 교수, 직장인, 대학생의 이야기를 종종 기사로 접한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가 3월 발표한 ‘2차 불법 도박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불법도박의 시장 규모는 최대 95조6000억원. 2008년 1차 조사 때 53조7000억원보다 불과 4년 만에 78%, 40조원 이상 늘어났다. 종류별로 보면 인터넷도박이 26조7000억원(28%), 하우스도박 23조2000억원(24%), 사행성게임 20조2000억원(21%), 사설 경마·경륜·경정이 11조원(12%)이다.(표 참고)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져 불법 도박 사이트는 해외 서버와 도메인을 사용하고 다단계 방식으로 운영해 경찰 수사에 걸려도 본사가 아닌 개별운영자만 걸리게 된다. 차명계좌와 대포폰을 이용해 추적을 피하고 있다.


● 왜 불법도박에 빠질까…무제한 베팅과 편의성

일반인들이 불법도박의 덫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우선 ‘무제한 베팅’을 꼽는다. 경마, 경륜, 경정 등 국가에서 관리하는 베팅 스포츠는 경주당 베팅금액을 최대 10만원으로 상한선을 둔다.

하지만 ‘사설 경마’ 등 불법 도박은 제한이 없다. 세금도 없어 배당률이 합법산업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이와 함께 전화 한 통, 컴퓨터 클릭 한번으로 경주권 구입과 배당금 입금이 가능한 편의성도 불법도박을 기웃거리게 하는 이유다. 익명성이 보장되고 손쉽게 접근이 가능해 도박에 대한 죄의식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 자연 도박중독에 쉽게 빠질 수 있다. 평범한 주부, 직장인, 대학생이 재미삼아 작은 액수로 시작했다가 결국 큰 돈을 날리고 범법자로 전락하는 이유이다.

교묘한 ‘호객 행위’도 한 몫을 한다. 일부 사이트는 베팅금액을 모두 잃었을 경우 20%를 돌려주거나, 가입 때 일정 금액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참가자들을 유혹한다. 자금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주기도 한다.


● 단속해도 또 생겨…제도권내 흡수 필요

2011년 폐쇄 등 시정조치를 받은 불법 도박사이트는 4만4000여건(포털 자율규제 1만7000여건 포함)에 이른다. 그러나 이러한 행정단속은 큰 효과가 없다. 폐쇄 명령을 받은 불법도박 업자가 다른 이름으로 새 사이트를 개설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단속만 강화하기 보다는 불법도박 참여자와 자본을 합법적 베팅산업으로 유도해 불법도박을 자연스레 고사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하경제 양성화’ 공약과도 부합한다. 현재 우리나라 합법적 사행산업 규모는 7조6000억원(2011년 순매출액 기준)으로 불법도박의 10분의1 수준이다. 이런 불균형은 합법적 사행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해 사감위의 역할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사감위는 2006년 불법사행성게임 ‘바다이야기’ 파동으로 탄생했지만, 정작 실제 규제는 합법적 사행산업에 머물고 있다. 정작 도박중독 등 문제가 훨씬 큰 불법도박에 대한 규제 기능은 없다. 전문가들은 사감위를 불법사행산업 단속기구로 바꿔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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