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마침표.홍성흔,세살딸시구받으며“굿바이!포수”

입력 2008-05-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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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시 눈물이 비쳤다. 본인 말처럼 만감이 교차한 ‘묘한 느낌’ 때문이리라. 홍성흔(두산·31)이 딸 화리양의 볼을 받으며 ‘포수 홍성흔’과 영원히 작별을 고했다. 이제는 포수석에 더 앉고 싶어도 앉을 수 없다. 새로운 포지션에서 또 다른 모험을 해야만 하는 입장. 그래서 아빠는 ‘포수 홍성흔’으로서 딸 아이의 볼을 마지막으로 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땀과 혼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잠실구장 포수석에서…. 홍성흔은 22일 잠실 한화전에 앞서 ‘시포(시범포수)’로 나섰다. 개인통산 1000안타 달성 기념식에서 꽃다발과 기념 트로피를 전달받은 그는 이날 시구자로 나선 딸 화리양(3)의 볼을 직접 받았다. 주변을 항상 즐겁게 하는 ‘시끄러운 유쾌남’이지만 경기 전 만난 그는 평소와 달리 조용했고 차분했다. 온갖 생각이 스쳐지나가는 듯 말 한마디, 표정 하나 하나가 너무나 진지했다. 소감을 묻는 질문에 “아름다운 광경이 되지 않겠느냐”며 살며시 미소를 짓던 그는 “이제 포수는 내 자리가 아니다. 다시 설 수도 없고, 서겠다는 욕심도 없다. 자신감도 잃었다”고 말하며 잠시 먼 곳을 응시하다 살며시 눈물을 비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포수석에 앉아 딸의 볼을 받는다니 너무 설렌다. 미트를 끼면 막상 어떤 생각이 들지 모르겠다”며 이내 눈물을 감췄지만 ‘묘한 느낌’ 때문인 듯 그의 표정엔 복잡한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 1월, ‘포수를 계속 하고 싶다’며 트레이드를 자청하기도 했던 그는 이제 완전히 포수의 꿈을 접었다. 그의 가방엔 포수 미트 대신 외야수 글러브가 자리잡고 있다. 애착이 남달랐기에 포기를 하고도 미련이 남을 수밖에 없을 터. 구단에서 1000안타 기념식 날 딸 화리를 시구자로 섭외(?)해 오자 “내가 볼을 받고 싶다”고 먼저 말한 것도 그래서다. “화리가 아직 어려 오늘 일을 제대로 기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화리가 컸을 때 아빠가 한 때 한국을 대표하는 포수였다는 사실만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 직전. 등번호 22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화리는 앙증맞은 모습으로 잠실구장에 섰고 똑같은 등번호를 단 아빠는 주전 포수 채상병의 미트를 빌려 포수석에 앉았다. 홍성흔은 그렇게 포수자리에서 영원히 물러났다. “오늘 평소보다 더 잘해야 할텐데…. 화리가 야구장에 오는 것도 2년만이고, 여러 가지로 뜻 깊은 날인데…”라며 남다른 부담감을 털어놓기도 했던 그는 이날 한화전에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세번째 타석까지 범타로 물러나며 고전하던 그는 3-3 동점이던 8회 1사 1·2루에서 깨끗한 결승 중전 적시타를 쳐내 팀의 짜릿한 4-3, 1점차 승리를 이끌었다. ‘포수 홍성흔’의 마지막 모습은 그래서 더 멋지고 빛이 났다. 2008년 5월 22일, 홍성흔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하루였다. 잠실=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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