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난사랑받는‘꽃게며느리’

입력 2008-10-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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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처음으로 맞이하는 시아버님 생신을 축하드리러 시댁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남편에게 “자기야, 오늘도 어머님이 수산시장에서 알이 통통 하게 오른 꽃게 사다가 꽃게탕 만드셨을까?”라고 묻자 남편은 “설마∼ 다른 날도 아니고, 아버지 생신이라 음식 준비할 게 얼마나 많은데 또 꽃게탕을 하시겠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부부는 어머님께서 꽃게탕을 한다, 안한다에 각각 만원을 걸고 내기를 했습니다. 어머님께서는 아버님의 생신상을 준비하시면서 따로 꽃게탕까지 끓여놓으셔서 제가 내기에서 이겼습니다. 저희 부부가 이런 내기를 한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제가 결혼 전에 시댁에 인사드리러 갔다가 있었던 일 때문입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결혼 할 여자라고 절 데려갔던 날이었습니다. 어머님께서는 예비 며느리에게 뭔가 맛있는 걸 손수 만들어주고 싶으셨는지, 새벽에 알이 꽉 찬 꽃게를 몇 마리 사오셨습니다. 그리고는 정말 맛있는 꽃게탕을 만들어주셨습니다. 어머님께선 “이걸 좋아 하려나 모르겠네. 수산시장에 갔더니 알이 꽉 차가지고 맛있게 생겼더라고. 그래서 준비해봤는데, 많이 들어요”했지만, 남편은 어머님께 “아이, 엄마는 정말, 그래도 명색이 처음 보는 자리인데 꽃게탕이 뭐예요? 먹기도 영 불편하고. 아가씨가 어떻게 처음 보는 어른들 앞에서 손가락 쪽쪽 빨면서 제대로 먹기나 하겠어요?”라고 말했습니다. 무조건 시댁에서 점수를 따야했던 저는 남편을 말리면서 어머님께 “아니에요∼ 제가 꽃게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요∼”하고 말했습니다. 그리고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열 손가락을 다 써가며 열심히 꽃게 살을 싹싹 발라먹었습니다. 어머님께선 제가 잘 먹는 모습이 보기 좋으셨는지 계속 더 먹으라고 하셔서 밥도 두 공기나 먹었습니다. 그런데 인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남편이 그러는 겁니다. “우리 엄마는, 내가 카레가 맛있다고 하면 내가 싫다고 할 때까지 주구장창 카레만 해주시는 분이야. 그래서 엄마한테는 맛있다는 소릴 못한다니까. 내가 오늘 너 꽃게 먹는 거 보니까 이제 너랑 오면 꽃게탕만 엄청 얻어먹게 생겼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설마 그럴까 싶어서 남편의 이야기를 대수롭지 않게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습니다. 결혼 후 처음으로 시댁에 인사를 갔을 때에도, 가족 행사 때문에 갔을 때에도, 심지어는 명절이라고 갔을 때에도 어머님께서는 꼭 꽃게탕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틈나는 대로 통영 시댁에서 부산까지 싱싱한 꽃게를 보내주셨습니다. 제가 매번 감사드린다고 전화를 하면 어머님께선 제가 잘 먹어야 당신 아들도 호강하신다면서 다음에는 더 실한 놈으로 보내주신다고 하셨습니다. 남편은 통영에서 꽃게가 올 때마다 이걸 언제 다 먹냐고 속으로는 좋으면서도 투덜거리는데요, 이게 다 부모님의 사랑이고, 철없는 며느리를 위하는 시어머님의 마음 아니겠어요? 다음번에 시댁에 가면, 그 때는 어머님께서 좋아하시는 거로 제가 꼭 맛있는 요리를 해드려야겠습니다∼ 부산 북구|한연아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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