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양준혁이 지난 토요일(9일) 341호 홈런을 터뜨리며 국내 프로야구 통산 홈런왕에 등극했다.
모든 통산기록이 그렇듯이 철저한 자기관리와 꾸준함, 그리고 나이를 먹어도 주전을 지킬 수 있는 기량 등이 동반돼야 이룰 수 있는 대기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신은 늘 홈런에서 자신은 2인자라고 했다. 그 이유는 단 한번도 시즌 홈런왕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그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에디 머레이를 연상시킨다. 504개의 통산홈런을 기록한 머레이는 21년을 뛰었고 사실상 홈런왕에 오른 적이 없다.
1981년 파업으로 시즌이 조기 종료된 시점에서 22개의 홈런으로 1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공식적인 홈런왕으로 부르기에는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사실 시즌을 정상적으로 치렀다고 하더라도 그가 홈런왕에 오를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았던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본인 한 시즌 최다홈런 기록이 33개에 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16년 동안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할 정도로 ‘꾸준한 소걸음’으로 홈런을 쌓아 나갔다. 또한 3000안타도 돌파하며 정확도 역시 과시하기도 했다.
스위치 타자로는 미키 맨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홈런을 기록했지만 그는 단 한번도 자신이 뛰던 시대 최고의 홈런타자로 불린 적이 없다.
마이크 슈미트, 짐 라이스, 데이브 킹맨, 데일 머피, 세실 필더, 호세 칸세코, 마크 맥과이어, 후안 곤살레스와 같이 막강한 홈런 타자들이 그와 동시대에 뛰었고 당대의 홈런왕으로 인정을 받았었다.
하지만 이들 중 실제로 유니폼을 벗었을 때 머레이보다 많은 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슈미트와 맥과이어밖에 없다.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승엽이에게 감사한다’란 반 농담을 하기도 했지만 꾸준히 자기의 자리를 지키고 역할을 해낸 그의 기록은 대단한 가치를 지닌다.
‘영원한 삼성맨’을 자처했지만 트레이드의 아픔도 겪었고, 그래도 다시 고향팀에 돌아온 행복한 사나이기도 하다.
15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과 세 자릿수 안타는 그의 꾸준함을 입증한다.
그가 쌓아 올린 각종 기록은 후배 선수들에게 목표를 제시한다.
홈런에 있어서도 그는 더 이상 2인자가 아니다. 누군가의 목표를 위한 당당한 1인자인 것이다.
그 목표치를 더욱 끌어 올리는 그를 기대한다.
송 재 우 메이저리그 전문가
인생은 돌고 돌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제자리다.아무리 멀고 험난한 길을 돌아가더라도 평안함을 주는 무엇이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