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과 삼성이 때 아닌 동병상련을 느끼고 있다. 양 팀 모두 선발진 부재로 불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30일 잠실구장. 삼성 선동열 감독은 두산 불펜진 얘기가 나오자 “어쩔 수 없어요. 아무래도 한 쪽(불펜)에 치중이 돼 있다보니…”라며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두산은 시즌 초반부터 개막전 선발진이 완벽하게 무너지면서 이재우-임태훈-고창성, 마무리 이용찬으로 이어지는 막강불펜진에 기대고 있는 실정이다. 29일까지 두산 선발투수 성적은 27승26패. 이에 반해 구원투수 성적은 21승12패다. 그러나 전반기 선발 공백을 메우기 위해 불펜진이 지나치게 가동되면서 후반기에 그 후유증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삼성 역시 필승계투조 권혁과 정현욱이 팀 명운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두 선수는 최근 오승환이 어깨 부상으로 올 시즌 아웃되면서 마무리까지 번갈아 소화하고 있다. 위기 순간마다 팀을 구한 권혁(방어율 2.81)과 정현욱(2.70)이 아니었으면 팀 5위는 꿈꿀 수 없었다. 하지만 권혁과 정현욱 역시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고 있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선 감독은 “이렇게 투수 없고 부상자 많은 우리 팀이 가끔 연승을 하는 걸 보면 나도 놀란다”며 껄껄 웃고는 “전력만 두고 봤을 때 5강 중 우리 팀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위권과 하위권의 실력 차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현재 순위는 무의미하다. 다른 팀은 신경 쓸 필요도 없고 우리 팀 승률 5할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며 진짜 속내를 드러냈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