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미실’은 죽어서 연기대상을 남긴다?

입력 2009-11-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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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드라마 인기 공헌 최고…유리한 고지
‘연기 절정’ 이요원·‘내조의 여왕’ 김남주도 물망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MBC 드라마 ‘선덕여왕’(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박홍균 김근홍)의 미실(고현정)이 꽃처럼 아름답게 졌다.

그녀는 죽음의 순간조차도 스스로 결정하며 미실답게 퇴장했다. 미실은 ‘선덕여왕’ 50회에서 아들 비담(김남길)에 대한 모정을 남긴 채 스스로 사약을 마시며 죽음을 택했다.

많은 ‘미실 폐인’을 남기고 고현정은 이제 ‘선덕여왕’을 떠났다. 하지만 그녀의 가장 화려한 무대는 아직 남아 있다. 연말 MBC 연기대상이다. 고현정은 2009 MBC 연기대상의 강력한 후보로 벌써부터 거론되고 있다.

현재 연기대상의 후보로는 고현정과 함께 ‘선덕여왕’에서 주인공 덕만 역을 맡은 이요원과 ‘내조의 여왕’으로 멋지게 컴백한 김남주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요원은 ‘선덕여왕’의 타이틀 롤을 맡아 극 초반 남장 연기에서부터 액션 연기까지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으로 ‘이요원의 재발견’이라는 평을 받았다. 또한 미실이 ‘선덕여왕’에서 물러나면서 이요원의 극중 비중이 더욱 높아지기 때문에 고현정과 마지막까지 대상을 두고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내조의 여왕’으로 오랜만에 안방극장으로 복귀한 김남주 역시 억척스러운 아줌마 천지애로 파격적인 변신을 보여 이른바 ‘줌마렐라’ 열풍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선덕여왕’에서 미실이 보여준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 시청자에게 남긴 인상이 워낙 강한데다, 또한 드라마의 인기에 대한 기여도 최고라는 평가여서 현재로서는 그녀가 다른 후보에 비해 유리한 위치에 올라 있다.

‘선덕여왕’을 통해 사극에 처음 도전한 고현정은 살짝 입 꼬리만 올려 웃는 미실 특유의 웃음,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이 없는 표정으로 초반부터 시청자를 압도했다.

특히 “무서우냐” “세상을 횡으로 나누면 딱 2가지 밖에 없습니다. 지배하는 자와 지배당하는 자”, “하늘을 이용하나, 경외치 않는다. 세상의 비정함을 아나 머리 숙이지 않는다. 사람을 살피고 다스리나 기대지 않는다” 등의 대사는 인터넷에서 인기 어록으로 회자됐다.

이러다 보니 고현정에 대한 시청자의 지지도 뜨겁다. 누리꾼들은 “시청률 면에서나 연기력 면에서나 고현정을 능가하는 연기자가 없다”, “지난해 김명민의 카리스마에 이어 올해는 고현정의 카리스마가 안방극장을 점령했다”며 고현정의 연기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MBC 드라마국 관계자는 “올 해 MBC에서 3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는 ‘내조의 여왕’과 ‘선덕여왕’이 있다. ‘내조의 여왕’도 방영 당시 많은 화제를 낳았지만, ‘선덕여왕’이 상대적으로 방영 기간도 길었고, 광고 수익 등으로 방송사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선덕여왕’의 주요 출연진들이 연기대상에서 대거 수상할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현정이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거머쥘 경우, 91년 데뷔한 이후 처음으로 받는 연기 대상이 된다. ‘선덕여왕’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 그녀가 올 연말 다시 한번 화려한 꽃으로 피어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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