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전설이 되다

입력 2009-11-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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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 76.28점…또 세계 최고기록
‘시니어 그랑프리 5차’…세계의 우상 떠올라

점수가 발표될 때마다 ‘월드 베스트’다. 프로그램은 갈수록 완벽해지고, 목표는 점점 상향조정된다. 한계를 모르는 ‘피겨퀸’이 결국 또 한 번 일을 냈다. 시니어 데뷔 후 4번째 쇼트프로그램 역대 최고점 경신. 그래도 여전히 올라갈 곳이 남았다는 게 더 놀랍다.

김연아(19·고려대)는 15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레이크플래시드 1980링크에서 열린 2009∼2010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5차 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 44.00점과 예술점수 32.28점을 합쳐 76.28점으로 1위에 올랐다. 3월 2009 세계선수권에서 ‘죽음의 무도’로 자신이 기록했던 쇼트 역대 최고점(76.12점)보다 0.16점 많은 점수. 2위에 오른 미국의 레이첼 플랫(58.80점)과는 17.48점 차다.

쇼트에서는 더 이상 실수도 하지 않는다. 2월 4대륙선수권부터 4개 대회 연속 점프 실수 없이 ‘클린 프로그램’에 성공했다. 그 중 3번이 역대 최고점이었다. 남자 선수들과 겨뤄도 뒤지지 않는다. 남자 싱글 쇼트 1위인 에반 라이사첵(미국)에 불과 2.89점 뒤지고, 2위 플로랑 아모디오(프랑스)보다는 3.63점 높다. 남녀 통틀어 2위라는 놀라운 성적이다.

가장 큰 무기는 물론 자신감이었다. 경기 전 최종 리허설 때만 해도 트리플 플립 성공률이 저조해 애를 태웠던 김연아였다. 게다가 출전선수 12명 중 가장 마지막 순서. 스스로도 “플립을 뛰기 전에 정말 떨렸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화려한 블랙 의상을 입고 은반 중앙에 선 김연아에게서 긴장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우아한 손짓으로 서막을 연 뒤 빙판을 빠르게 가로질렀고, 첫 번째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평소처럼 가볍게 해냈다. 고민거리였던 트리플 플립을 깨끗하게 성공한 후에는 두 손을 번쩍 치켜 올리며 요염한 눈빛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랑프리 1차대회 이후 보완했다는 다채로운 손동작과 표정연기는 기술 요소 사이의 빈틈을 메우면서 매 순간을 빛나게 했다.

물 흐르듯 이어진 연기가 끝나자 김연아는 승리의 포효와 함께 총을 쏘는 듯한 엔딩 동작을 선보였다. 관중의 기립 박수와 꽃다발 세례가 쏟아진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전광판에는 결국 또 하나의 새 역사가 찍혔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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