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은기자의 여기는 밴쿠버!] 인터뷰하랴 연기 지도하랴 오서 코치 “몸이 모자라요”

입력 2010-02-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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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숱한 명승부가 펼쳐졌지만 그 중에서도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은 으뜸으로 손꼽힙니다. 캐나다의 브라이언 오서와 미국의 브라이언 보이타노의 치열한 맞대결. 일명 ‘브라이언 전쟁’으로 불렸죠. ‘미스터 트리플 악셀’로 통했던 오서는 거의 완벽한 연기를 펼쳤지만 트리플 플립에서 작은 실수를 범해 0.1점차로 금메달을 놓칩니다. 1984년 사라예보대회부터 두 대회 연속 은메달을 땄으니 적잖이 아쉬웠을 겁니다. 하지만 아쉬움의 눈물을 삼키는 그에게 세계는 박수를 보냈습니다. 오서가 캐나다의 ‘피겨 영웅’으로 자리 잡은 것은 물론입니다.

오서는 이제 모국에서 열리는 세 번째 올림픽에 나섭니다. 이번엔 대한민국의 ‘피겨 영웅’ 김연아(20·고려대)의 코치로서입니다. 2007년 1월부터 3년 넘게 호흡을 맞춰온 이들은 이제 눈빛만 봐도 마음이 통할 만큼 최고의 호흡을 자랑합니다. 만족스러운 연기를 펼치는 김연아가 가장 먼저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는 인물도 바로 오서 코치고요.

캐나다에서 올림픽을 치르는 덕분인지, 요즘 피겨 훈련장에서는 오서 코치도 스타입니다. 김연아의 공식훈련이 끝나면 외신 기자들이 모두 오서 코치에게 몰려듭니다. 김연아가 믹스트존 인터뷰를 사절해서이기도 하지만, 오서 코치 역시 김연아 못잖은 피겨 스타였기 때문입니다.

23일(한국시간)에도 흥미로운 질문들이 여럿 쏟아졌습니다. 예를 들면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이 초반에 금메달을 많이 따서 김연아가 느끼는 부담이 줄었나요?” 같은 질문입니다. 오서 코치는 “그 결과와 김연아의 마음은 크게 관계가 없을 듯합니다. 물론 스피드 선수들의 금메달을 자랑스러워 하지만 김연아의 부담은 그녀 자신만의 것입니다”라고 대답했고요.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오서 코치에게 아사다 마오(일본)나 레이첼 플랫(미국) 등 타국 선수들에 대해서도 의견을 묻는다는 겁니다. 김연아를 지도하기 시작하면서 명 코치로도 이름을 날리게 됐으니 더 그럴 겁니다.

이제 김연아와 오서 코치의 첫 올림픽 합작 무대가 막을 올립니다. 김연아는 두말할 것도 없이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고요. 자신을 대신해 금메달을 목에 건 제자가 활짝 웃는 모습. 김연아뿐만 아니라 오서 코치에게도 꿈일 겁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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