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아나운서 시절 일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고자 취미로 베이커리를 시작한 박지윤은 제과기능사와 제빵기능사 자격까지 따고 베이커리 카페까지 열면서 새로운 꿈을 키워가고 있다.
방송인 박지윤
-내가 빵을 굽는 이유
요즘 전천후 방송인으로 활동중인 박지윤은 4월에 책을 낸다. 아나운서 입문서나 방송활동에 대한 것이 아닌 베이커리 관련 서적이다. 그런가 하면 일본에서 활동 중인 탤런트 윤손하는 최근 채소&과일 마이스터 자격증을 땄다. 몸에 좋은 채소와 과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 지식을 갖췄다고 공인 받았다.
요리에 대한 스타들의 열정이 뜨겁다. 요즘 이름 높은 요리 아카데미에는 요리를 배우려는 연예인들이 몰리고 있다. 박경림, 정은아, 이혜상, 최유라 등이 대표적인 인물.
2∼3 년 전 요리하는 남자 스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면, 요즘 연예계 ‘요리붐’은 2030 여성들이 주도한다. 관심사도 그때와 달라졌다. 요리 아카데미 ‘라퀴진’의 김민경 매니저는 “예전에는 한식, 일식 등 메인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면 요즘은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제과&디저트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설명했다.
최근 서울 강남과 대학가를 중심으로 유행하는 ‘파티세리 살롱뒤떼’(일명 디저트 카페)도 이런 흐름에 한 몫 했다. 이 곳에서 예쁘고 맛있는 음식을 접한 스타들이 직접 만들려는 욕망에 휩싸였다.
스타들이 선호하는 트렌디한 요리 아카데미로 통하는 ‘츠지원’의 박혜연 부팀장은 “여자 연예인들이 자기 색깔을 나타내는 도구의 하나로 요리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 특히 제과와 디저트는 선물하기에 좋고, 배우기도 간단해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요리 사랑에 푹 빠진 박지윤을 서울 이태원의 한 제과 작업실에서 만났다.
취미로 시작한 빵 만들기
하루 12시간 오븐 돌리며 푹 빠져
제과제빵 자격증에 카페까지
박경림씨 돌잔치 케이크도 내 작품
인터뷰 장소인 작업실에서 빵 위에 생크림을 덮고 있는 그녀의 얼굴은 한층 여유로워 보였다. 모양을 만들고, 딸기로 데코레이션하니 먹음직스런 생크림 케이크가 완성된다.박지윤은 인터뷰 사진 촬영을 위해 직접 타르트와 머핀, 케이크를 만들었다. 번거로울 수도 있는 작업이지만 마냥 즐거운 표정이다. 요리를 하는 것 자체가 행복이기 때문이란다.
● 방송 스트레스 풀려고 시작하다
그녀가 베이커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2007년 초 그녀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일주일에 7개나 됐다. 하루도 온전히 쉬는 날이 없었다. 쏟아지는 일로 인한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고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 때 문득 든 생각이 ‘취미 생활이 필요해. 미니 오븐을 사서 집에서 쿠키를 만들면 어떨까’다.
“몸으로 하는 취미를 하고 싶었어요. 맛집을 좋아해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자’ 생각했죠. 틈나는 대로 조리 도구와 레시피가 든 책을 사들였죠. 그러다 자격증을 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KBS에 사표 낸 후) 2008년 말 홍대 앞의 제과학교를 다니면서 제과기능사와 제빵기능사 자격을 땄어요.”
● 12시간을 오븐 앞에서 보내다
박지윤은 승부욕이 강하다. 한번 시작한 건 끝을 보는 성격이다. 요리도 예외는 아니다. 처음부터 케이크와 쿠키가 원하는 대로 나올 수는 없는 법. 초기에 형체를 알 수 없는 케이크가 줄기차게 쏟아졌고, 쓰레기통으로 속속 던져졌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투지를 다졌다. 만드는 일 자체가 즐거웠기 때문이다.
“많이 만들 때는 하루에 12시간 정도 오븐 앞에서 보낸 것 같아요. 하루에 케이크를 6개를 만든 적도 있죠. 결혼 전 어머니가 ‘넌 왜 잠 안자고 그러냐’고 싫어하셨죠. 사실 어머니가 살림을 도와주셨는데 엄청난 설거지를 만들어 드린 것 같아요.(웃음)”
● 실전에 써먹다
결혼식장이나 돌잔치에 가면 대형 케이크를 종종 볼 수 있다. 이것은 아무나 쉽게 만들 수 없다. 박지윤은 이런 행사용 대형 케이크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2009년 케이크 데커레이션 전문 교육 기관을 찾아가 6개월 간 트레이닝을 받았고, 결국 마스터 자격증까지 땄다. 이후 그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렇게 배운 기량을 실전에 쓰기 시작했다. 지인들의 돌잔치에 직접 만든 대형 케이크를 선물한 것.
“작년에 박경림씨 돌잔치에도 대형 케이크를 만들어줬어요. 부탁도 안 받았는데 그냥 만들었죠.(웃음) 다행히 좋아하시더라고요. 요즘에는 밖에서 이렇게 만들다 보니 집에서는 오히려 기회가 없어요. 남편(KBS 최동석 아나운서)이 ‘요즘에는 왜 안 만들어 주냐’며 살짝 불만의 소리를 내요.”
● 선물에 빠지다
베이커리는 선물하는 게 무엇보다 매력적이다. 그것이 그녀가 푹 빠진 이유다. 받을 사람을 생각하며 일일이 손으로 만들다보니 어떤 선물보다 가치 있기 때문. 케이크를 만드는 작업 뿐 아니라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스티커와 리본을 붙이고 포장하는 작업까지 신이 난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동생이 있어 ‘이웃집 토토로’ 모양으로 만들어서 선물하니까 너무 좋아했어요. 선물에는 받는 사람의 아이덴티티가 들어 있게 해주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래도 선물할 때는 항상 조마조마해요. 제가 만든 걸 먹고 탈나면 안 되니까요.”
● 취미와 비즈니스 사이
박지윤은 지난해 10월 베이커리 카페를 열었다. 자신의 카페에서 직접 만든 쿠키와 케이크를 손님들에게 맛보이고 싶다는 꿈이 컸다. 그런데 막상 일이 되니 녹록치 않다. “(영업이)잘 되기는 하지만 사업을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취미였을 때는 너무 좋았는데 일로 하니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순수하게 취미로 가져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요. 근데, 또 모르죠. 언젠가 홍대 뒷골목의 작은 카페에서 빵 굽는 저를 볼 수 있을 지도요.”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