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짐 되기 싫다” 김수경 살신성인

입력 2010-04-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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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센 김수경. 스포츠동아DB

“해보겠다 의지 강한데 내가 못따라가”

감독 동료들 만류 뿌리치고 2군행 자청

LG 말로 하는 슬로건 넥센이 보여줬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LG 박종훈 감독의 슬로건이다. 물론 LG만의, 야구만의 모토는 아닐 터이다. 수년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LG를 포함해 모든 단체종목의 운동선수들이 잊지 말아야 할 덕목이다. LG가 에이스 봉중근의 2군행을 둘러싸고 내홍에 휘말려있는 가운데 7일 넥센 투수 김수경(31·사진)이 2군에 내려가면서 보여준 말과 행동은 진한 여운을 남긴다. 6일 대구 삼성전에 올 시즌 처음 (선발)등판해 3.1이닝 9안타 3사사구 5실점으로 부진했던 김수경은 곧바로 2군행을 자청했다. 넥센 김시진 감독은 7일 이례적으로 그 내막을 소상히 털어놓으며 속으로 울먹였다.


○김수경 “팀에 누를 끼치기 싫다”


김수경은 6일 경기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뒤 정민태 투수코치를 통해 2군행을 자청했다. 보고를 접한 김시진 감독이 늦은 시각 김수경을 따로 자신의 방으로 불렀다. 김 감독의 전언에 따르면 김수경은 “지금 한번 해보자는 의식이 선수들 사이에 강한데 내가 못따라가고 있다. 팀, 감독님, 동료들에게 모두 미안하다. 2군에서 몸을 만들어 다시 올라오겠다.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김 감독이 만류했지만 김수경은 끝내 뜻을 굽히지 않았다.


○김시진 “누구보다 열심히 한 선수”


김시진 감독은 “고작 한 게임을 하고 도망가려는 것이냐”며 나무랐다. 이어 “2군에 내려가면 당장 연봉이 깎이지 않느냐. 또 혼자서 훈련하면서 어떻게 몸을 만들겠다는 얘기냐”며 얼렀다. 이에 김수경은 “2군 경기에 출장하면서 괜찮아졌다고 판단되면 2군 코치님들을 통해 말씀드리겠다”며 재차 2군행을 요청했다.

7일 경기를 앞두고 김 감독은 “그래서 배힘찬을 급히 (1군에) 올렸다”고 설명하고는 한참 동안 착잡한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수경이는 현대 때부터 내 손때가 묻은 애다. 그래서 더 애착이 간다”며 “내가 안다. 수경이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정말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숭용 “야수들이 더 열심히 뛸 것”

넥센 선수들도 모두 잘 알고 있었다. 주장 이숭용의 얘기다. 이숭용은 “수경이가 나한테 먼저 상의를 하더라”며 “나도 그 심정을 잘 안다. 작년 초반 부진했을 때 ‘이제 끝낼 때가 됐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숭용은 또 “수경이는 잘 이겨낼 것이다. 그만한 능력이 있다”며 “대신 수경이가 다시 1군에 올라오면 야수들이 더 열심히 뛸 것이다. 나부터 앞장서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구 |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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