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러거 변신 홍성흔 “내가 무섭지?”

입력 2010-04-20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두 시즌 연속 타격 2위를 기록했던 롯데 홍성흔이 올 시즌에는 타점 1위를 쾌속 질주하고 있다. “투수들이 무서워하는 타자가 되고 싶다”는 게 올 시즌 그의 다짐이다. [스포츠동아 DB]

경기당 타점 1.67개…해결사 본색
“투수들에게 만만한 타자 되기 싫어”
타격폼 바꾸고 과감한 스윙 대성공
“투수들이 무서워하는 타자이고 싶다.”

상대 투수를 압도하는 무서운 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 이 마음가짐은 타석에서 놀라운 집중력으로 이어졌고, 게임당 1.67개라는 빼어난 타점 생산 능력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시즌 초반, 각종 기록 중 가장 눈에 띄는 게 롯데 홍성흔(33)의 타점 페이스다. 지난해 119경기에서 고작(?) 64타점에 그쳤던 홍성흔은 올 시즌 18게임에서 무려 30개의 타점에 성공, 경기당 1.67개를 마크하고 있다. 2위 이대호(롯데·20개)와는 10개 차. 올 시즌 KIA 팀 타점수(59개)의 절반을 넘어서고, 롯데 팀 타점(89점)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한국 프로야구 29년 역사에서 경기당 평균 타점이 1을 넘긴 예는 2003년 이승엽(당시 삼성·144개·경기당 1.08)과 심정수(현대·142·경기당 1.07), 단 두 번뿐이었다. 홍성흔은 현 타점페이스가 계속된다면 산술적으로 221 타점이 가능하다. 물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시즌 초반일 뿐이지만 ‘역대 최다타점(이승엽·144개)은 넘어설 수 있다’는 섣부른 전망도 나올 정도로 그의 타점 생산 페이스는 놀랍다.

타점 뿐만 아니다. 타격 전부분에서 성적이 빼어나다. 타율 2위(0.368), 홈런 2위(5개), 장타율 2위(0.676), 최다안타 공동 2위(25개), 득점권 타율 4위(0.481)에 결승타 역시 6개로 8개 구단 타자 중 가장 많다.

지난해까지 최근 2년간, 연속으로 타격 2위에 올랐던 그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과감하게 스윙폼을 바꾸는 등 ‘똑딱이 타자’에서 ‘슬러거’로 변신을 꾀했는데, 현재까지 완벽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셈.

홍성흔은 19일 “지난해보다 더 과감하게 휘두르는 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괜찮다고 숫자나 기록에 연연할 생각은 전혀 없다. 팀이 이기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조성환의 부상 공백으로 6번이 아닌 3번 타자로 나서고 있는 그는 “6번에 있을 때보다 부담감이 더 많은 건 사실이지만 내 뒤에 이대호와 가르시아가 버티고 있어 투수들이 정면승부를 하고 있다. 볼넷으로 걸어나갈 수도 있지만 최대한 나도 승부를 보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음 속에 담겨둔 한 가지 비밀을 살짝 털어놨다. “나도 이제 투수들이 무서워하는 타자가 되고 싶다.” 이 말은 지난해까지 자신은 투수들이 만나면 힘겨워하거나 피해가는 타자가 아닌 ‘만만한 타자’였다는 걸 인정하는 말.

냉정한 현실인식으로 자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 새롭게 태어난 홍성흔이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