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프레이저 7년 만에 우승
노승열 공동4위 한국선수 최고
슈퍼마켓 점원출신의 무명 골퍼가 발렌타인 컵을 안았다.
세계랭킹 232위의 마커스 프레이저(호주)는 한국-유러피언투어가 공동 주관한 발렌타인 챔피언십(총상금 33억원)의 세 번째 우승자가 됐다.
프레이저는 25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장(파72·7345야드)에서 열린 대회 나흘째 최종 3라운드 경기에서 4언더파 68타를 쳐 최종합계 12언더파 204타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우승상금 5억4000만원도 함께 챙겼다.
2002년 프로에 데뷔한 프레이저는 2003년 유러피언투어 BMW러시아오픈에서 첫 우승을 신고했지만 이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다 7년 만에 생애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7년 동안 그저 그런 선수로 지내며 골프에 대한 회의도 느꼈고, 골프를 그만 둘 생각까지 했었지만 아마추어 시절 그를 지도했던 코치를 다시 만나 제2의 골프인생을 시작했다.
1라운드부터 선두로 나섰던 프레이저는 지난해 챔피언 통차이 자이디(태국), 타노 고야(아르헨티나)와 최종라운드를 시작했다.
1타차 불안한 선두를 달리던 프레이저는 경쟁자들이 강한 바람에 타수를 까먹는 틈을 타 차곡차곡 타수를 줄여나갔다. 전반에 버디 2개를 잡아내면서 힘을 냈고, 추격해오던 개러스 메이빈(북아일랜드)과 어니 엘스(남아공)는 후반에 들어가면서 무너져 프레이저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엘스는 2타를 잃어 합계 5언더파 211타로 자이디와 함께 공동 9위에 올랐다.
학교를 졸업한 뒤 슈퍼마켓 점원으로 일 하던 중 뒤늦게 골프를 시작했다는 프레이저는 “집을 새로 마련하려는데 돈이 없어 고민하고 있었다. 이번 우승으로 더 큰 집을 살 수 있게 됐다. 아내가 무척 기뻐할 것이다”고 말했다. “사흘 내내 선두를 지켰고 엘스, 헨릭 스텐손, 양용은, 앤서니 김 등 훌륭한 선수들과 경쟁해서 우승했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한국선수 가운데서는 노승열(19·타이틀리스트)이 공동 4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노승열은 최종 3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쳐 합계 7언더파 209타로 올리버 피셔(잉글랜드), 타노 고야와 함께 공동 4위에 올랐다.
노승열은 지난해 대회에서는 공동 46위에 그쳤다.
16세 때부터 아시안투어에서 활동하면서 많은 해외무대 경험을 갖고 있는 노승열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바람에 대비한 훈련을 했던 게 효과를 봤다. 부친 노구현 씨는 “유럽투어에 많이 출전하면서 바람이 부는 날 경기하는 데도 자신감을 가졌던 게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상금 1억4천996만원을 보탠 노승열은 아시아투어와 한국프로골프투어에서 상금 랭킹 1위로 올라섰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선수는 역대 최다인 40명이 출전했지만 지난해 2명 늘어난 14명의 선수가 컷을 통과한 데 만족했다.
강경남(27·삼화저축은행)과 김대현(22·하이트)은 나란히 4언더파 212타를 쳐 공동 14위, 김경태(24·신한금융)는 앤서니 김(25·나이키골프)과 함께 공동 16위(3언더파 213타)에 그쳤다. 전날 공동 5위에 올라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던 오태근(34·캘러웨이)은 무려 9타를 잃고 공동 48위(2오버파 218타)로 추락했다.
서귀포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