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코앞이다. 그런데 전국 곳곳에 강풍주의보가 내려졌다. 기온은 섭씨 6도 안팎. 40년 만에 최악의 봄날씨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러니 전국의 야구장도 고난의 연속이다. 선수, 코칭스태프, 취재진 할 것 없이 모두 추위에 벌벌 떨던 27일 대전구장도 마찬가지다.
한화 한대화 감독은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야구장에 뚜껑을 덮을 수는 없나”하고 넋두리했다. ‘뚜껑’이란 돔구장의 지붕을 의미하는 것. 대전구장은 펜스까지 거리가 짧아 ‘홈런 공장’으로 통하는 데다 한화는 외야 수비가 약한 편이다. 타구가 바람을 많이 탈까봐 걱정하는 게 당연하다.
게다가 한 감독과 취재진이 대화한 장소는 덕아웃에 불을 피워놓은 난로 옆. 한 방송 캐스터가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스토브’ 리그”라고 농담할 정도로 이채로웠다. 한화 장종훈 코치는 두 손을 비비면서 “춥다, 추워”를 연발했고, 에이스 류현진은 “지금 겨울이에요?”라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두산 쪽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2주 전 광주에서 사상 최초의 강설 취소를 경험했던 김경문 감독은 경기 전 잠시 진눈깨비가 날리자 “또 눈 오는 거야?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봐야 해?”라면서 너털웃음을 지었다. 수비 걱정도 안할 수는 없다. 외야 수비가 채 몸에 익지 않은 이성열이 우익수로 선발 출장했으니 더 그렇다. 김 감독은 “이렇게 추우면 야수들 몸이 굳고, 타구도 내·외야 모두 영향을 받게 된다”며 우려했다.
밤이 깊어가면서 더 추워진 날씨 탓에 선수들 대부분이 넥 워머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선 것은 물론. 이 때 한화 관계자의 한 마디가 폭소를 안겼다. “우리도 이렇게 추운 날씨에 야구하긴 해야죠.” 4월이 아닌, 10월의 추위 속에 ‘가을 야구’를 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대전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