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남아공-남장현기자의 오스트리아리포트] 아픔은 가슴에 묻고…이별훈련장 ‘쓸쓸’

입력 2010-06-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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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수첩

어차피 겪게 될 일이었다.

이미 예고된 수순이었고, 한 번은 거쳐야 할 아픔이었다.

떠나가는 이도, 떠나보내야 하는 이도 괴로웠고 슬펐다. 하지만 마냥 늘어져 있을 수는 없는 법. 캡틴 박지성은 “함께 땀 흘리고, 똑같이 노력한 동료들을 떠나보내야 했기에 너무 아팠지만 빨리 잊어야 한다”고 했다.

조금은 냉정해 보이는 한 마디.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대표팀은 엄청난 과업을 이뤄야 한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도전은 쉽게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빨리 평정심을 찾아야 한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다. 2일(한국시간) 인스부르크 티볼리노이 슈타디온에서 진행된 허정무호의 훈련 분위기는 예전만큼 활발하지는 못했다.

조용하진 않았지만 웃음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고, 동료들이나 스태프와 장난을 치는 횟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 가벼운 허벅지 근육 통증으로 훈련에 제외된 박지성만 장비담당 스태프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미소를 보였을 뿐.



그래서일까. 정해성 수석코치의 호령은 더욱 우렁찼다. 기분이 가라앉은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한 특유의 짧은 영어 추임새도 그럴싸했다.

“오∼우 케이!!” “두∼∼리, 예쓰!” ‘고우 고우 고우!!“

박태하 코치의 박수 횟수도 유독 많아졌다. 김현태 골키퍼 코치도 일부러 시원스레 볼을 차 올린 뒤 “이 녀석들, 선생님보다 못 하냐”고 농 섞인 질타를 던지며 기분을 풀어주려 했다.

마음은 누구보다 아팠고, 쓰라렸지만 모두를 위한 당연한 선택이었다.

코칭스태프는 어린 선수들을 떠나보낸 날,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강성 리더십’에서 ‘감성 리더십’으로 바뀐 허정무 감독은 마지막 미팅 자리에서 눈시울을 붉혔고, 남은 코치들은 밤새 뒤척였다. 매일 아침마다 해온 산책도 평소보다 짧게 마무리하고 숙소로 빨리 돌아왔다.

따뜻한 남자들이 모인 허정무호 캠프. 아픔은 하루로 족하다.

다시 뛰어야 하니까. 이제 본 게임이 돌입됐으니까.

노이슈티프트(오스트리아)|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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