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노이스티프트 캄플경기장서 유럽 훈련 마지막 날인 4일 오후 (한국시간)한국 축구 대표팀들이 16강을 기원하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대표팀은 5일 오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 도착한다. 인스부르크|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마치 2002한일월드컵 직전의 상황을 연상케 한다.
당시 히딩크호는 모두의 우려 속에서 ‘마이 웨이’를 외치며 최상의 체력 프로그램을 가동해 강철 피지컬을 만들었고, 대회 직전에는 강팀과의 평가전을 통해 세계 축구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얻었다.
허정무호의 행보가 꼭 그렇다.
파주NFC에 처음 소집됐을 때부터 대표팀은 피지컬 트레이너 레이몬드 베르하이옌이 짠 훈련 프로그램에 따라 전술 및 체력 트레이닝을 병행해 왔다.
경기 날짜를 기준으로 닷새 주기 훈련법이었다. ‘강도 높은 체력훈련(1일차)- 전술훈련(2, 3일차)- 경기 전날 마무리 훈련(4일차)-본 경기(5일차)’ 등으로 기초 일정이 반복된다. 지난 달 19일부터 4일 스페인과의 평가전까지 이동일 이틀(22일 한국→일본, 25일 일본→오스트리아)과 평가전 당일인 사흘을 제외하면 훈련 패턴이 5일 주기로 딱 맞아 떨어졌다.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 캠프에서도 다소 강도는 약했으나 ‘공포의 삑삑이’를 실시해 선수단의 긴장감을 유지했고, 전술 훈련을 병행하며 결전에 대비했다. 하이라이트는 스페인전이었다.
벨라루스전에서 졸전에 가까운 경기력을 보인 허정무호는 불과 나흘 만에 180도 바뀌었다. 스코틀랜드-잉글랜드-프랑스로 평가전 스케줄이 이어졌던 8년 전 그 때처럼 대표팀은 스페인과의 월드컵 입성 전 마지막 평가전에서 선전해 희망을 드높였다. 그 때도, 지금도 대표팀의 골문을 지키고 있는 이운재는 “당시 프랑스전과 느낌이 비슷하다. 월드컵을 앞두고 자신감을 얻은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남아공을 향해 마지막 여정을 떠난 허정무호는 이제 위대한 도전을 앞두고 있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과 국내 사령탑 최초의 월드컵 승리와 2라운드 진출이란 두 마리 토끼몰이다. 외국인 감독과 함께 했던 한국 축구의 영예는 이번에 재현될 수 있을까.
“나름대로 철저히 준비하고 있고, 계획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허 감독의 말이 유독 믿음직스럽게 느껴진다.
노이슈티프트(오스트리아)|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