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입단 이후 생애 첫 1군 무대 승리. 4일 대구 삼성전에서 선발로 나선 이재곤은 칠흑 같던 롯데 마운드에 한 줄기 빛이 되었다. 스포츠코리아
삼성전 5이닝 3실점 역투 “내 공을 믿고 던졌을 뿐…”
“오늘 1번부터 6번까지 죄다 좌타자를 넣었어.”삼성 선동열 감독은 4일 대구 롯데전을 앞두고 이렇게 라인업을 짰다고 기자들에게 소개했다. 롯데 선발투수가 사이드암 이재곤(22)이어서 줄줄이 좌타자로 배치했다는 것. 이재곤을 처음 상대하는 삼성으로서는 잠수함투수가 좌타자에게 약하다는 점을 파고들겠다는 심산이었다.
삼성 라인업을 본 롯데 양상문 투수코치는 “SK는 좌타자들이 적었나? 3만관중 앞에서도 긴장하지 않고 던졌던 투수”라며 웃었다. 5월 29일 생애 첫 선발등판한 SK전에서 7이닝 5안타 4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역투한 사실을 말한 것이었다.
191cm의 장신이지만 사이드암보다는 약간 낮고, 언드핸드보다는 약간 높은 유형의 팔스윙. 직구 구속은 130km대 중반이지만 볼끝이 좋고 싱커와 커브가 주무기라는 게 양 코치의 귀띔이었다. 키가 커 싱커를 던지면 좌타자도 효율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랬다. 이재곤은 2007년 프로 데뷔 후 생애 첫 선발등판이었던 그날 SK전에서 역투를 펼치며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비록 당시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3회 박재상에게 2점홈런을 맞은 것만 빼면 완벽했다. 마치 베테랑처럼 던졌다.
10개의 탈삼진을 기록한 SK 선발투수 글로버에게 전혀 밀리지 않고 7회까지 버텨나가는 모습에 모두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선발투수가 구멍나면서 2군에서 호출했던 투수가 희망을 던진 것이었다.
그리고 4일 삼성전에 생애 두 번째 선발등판의 기회를 얻었다. 경기전 로이스터 감독은 “이재곤의 장점은 내추럴 싱커다. 일부러 싱커 그립을 잡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직구도 똑바로 던지라고 하면 못 던질 것”이라며 웃었다.
이재곤은 이날 3회 4안타를 맞으며 3점을 내줬지만 5이닝 동안 7안타 1볼넷 3실점으로 팀의 5-3 승리의 디딤돌을 놓으며 2007년 데뷔 후 생애 첫승의 기쁨을 맛봤다.
이재곤은 사직중학교 1학년 때 뒤늦게 야구에 입문했다. 그러나 발전속도가 빨랐다. 경남고 3학년 때인 2006년 이상화와 함께 제61회 청룡기 우승을 이끌며 우수투수상을 받았고, 그해 김광현 양현종 이용찬 등 동기들과 함께 쿠바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선수권 우승멤버로 활약했다.
그리고 2007년 경남고 친구인 이상화와 함께 롯데 1차지명을 받았다. 지난해까지는 경찰청에서 활약했다.
그는 이제 롯데 마운드의 한축을 맡게 됐다. 마운드 부실로 고민하던 롯데로서는 빈집에 황소가 들어온 격이다.
이재곤은 경기 후 “긴장하지 않고 침착하게 내 자신의 공을 믿고 던졌다. 단지 공이 가운데로 몰린 게 아쉬웠다. 나에게 5선발을 믿고 맡겨준 감독님, 코치님께 프로데뷔 첫승으로 보답해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대구|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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