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월드컵 골키퍼 실수] 잉글랜드 골키퍼 실수는 명가의 전통?

입력 2010-06-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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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월드컵 결승전 독일-브라질 전에서 2골을 내주고 골포스트에 어깨를 기댄 채 절망에 젖어 있는 독일의 골키퍼 올리버 칸. 스포츠동아DB

2002년 한일월드컵 결승전 독일-브라질 전에서 2골을 내주고 골포스트에 어깨를 기댄 채 절망에 젖어 있는 독일의 골키퍼 올리버 칸. 스포츠동아DB

잉글랜드 골키퍼 그린 미국전서 알까기 실책
2002년엔 시먼-2006년엔 제임스 실수연발
독일의 칸, 2002년 결승전서 V 헌납 악몽도


누군가에게는 환희의 무대,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악몽의 순간.

월드컵의 빛과 그림자다. 13일(한국시간) 벌어진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 잉글랜드-미국전 전반 40분. 미국의 클린트 뎀프시가 페널티아크 정면에서 날린 중거리 슛을 ‘알까기’ 한 잉글랜드 수문장 로버트 그린의 실책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그 같은 실책을 하필이면 잉글랜드 골키퍼가 저질렀기 때문이다.


○잉글랜드 골키퍼의 ‘월드컵 잔혹사’

‘축구종가’답게 잉글랜드는 골키퍼의 실책에 있어서도 나름 전통을 자랑한다. 2002년 시즈오카에서 벌어진 한·일월드컵 8강 브라질전. 후반 5분 잉글랜드의 노장 수문장 데이비드 시먼은 호나우지뉴의 프리킥 때 지나치게 앞으로 나와 있다가 덜컥 결승골을 얻어맞았다. 1-2로 역전패한 잉글랜드는 즉시 보따리를 싸야 했고, 브라질은 결승까지 승승장구하며 5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4년 뒤 독일월드컵 유럽 지역예선 오스트리아전. 이번에는 데이비드 제임스가 우왕좌왕 실책을 연발한 끝에 잉글랜드의 2-0 리드를 못 지키고 2-2 무승부를 허용했다. 톡톡 튀는 헤어스타일로도 눈길을 끌어온 제임스는 이번 월드컵에도 출전했다.

본선과 예선을 통틀어 3회 연속 월드컵에서 골키퍼의 어이없는 실책이 이어지자 성난 영국 언론은 당연히 십자포화를 날렸다. 물론 파비오 카펠로 감독과 선수들은 그린을 감싸며 동료애를 발휘했다. 주장 스티븐 제라드는 “뎀프시의 골은 충격이었지만 그 일로 골키퍼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올리버 칸도 예외는 아니었다!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지듯 세계적 명성의 골키퍼들에게도 감추고 싶은 과거들이 있다. 2002년 월드컵에서 골든볼을 수상한 독일의 올리버 칸도 마찬가지. 당시 브라질과의 결승에서 칸은 상대의 소나기 슛을 온몸으로 막아냈다. 그러나 후반 22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히바우두가 날린 강력한 왼발슛을 때마침 문전으로 쇄도하던 호나우두의 발끝에 딱 차기 좋게 패스해줘 선제 결승골을 헌납했다. 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불가항력으로 치부할 수도 있는 장면이었지만 최근 축구전문 사이트 ESPN 사커넷은 이를 역대 월드컵의 11가지 어리석은 실수에 포함시켰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도 아르헨티나의 품피도와 콜롬비아의 이귀타가 엉뚱한 실수로 역적이 됐다. 품피도는 카메룬과의 개막전 후반 22분 오맘비크의 헤딩슛을 뒤로 빠뜨려 0-1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고, 이후 백업멤버 고이코체아가 주전으로 골문을 지켰다. 한때 거미손을 과시하던 이귀타도 카메룬과의 16강전 연장 후반 4분 센터 서클 부근까지 나와 수비수와 볼을 주고받다 빼앗겨 통한의 결승골을 내줬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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