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오르다 보면 정상을 앞에 두고 가파른 길이 나타난다. 거기서 쉬거나 밑으로 내려가고 싶겠지만 그 고비만 넘기면 정상이다. 우리는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허정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덤덤하면서도 결의에 차 있었다. 17일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를 만다는 것에 대해서 "한국축구는 향후 어려운 상대를 계속 만나야 한다. 우리는 그리스 경기에서 귀중한 승점 3점을 얻었다. 선수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싶어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이 기회를 좋은 결과로 마무리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에는 워낙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 강팀임에 틀림없다. 이들을 어떻게 봉쇄하느냐가 중요하다. 먼저 수비에 치중한 뒤 상대가 공격 숫자를 늘릴 때 역습을 노려야 한다. 나이지리아 경기 때 아르헨티나는 후반 들어 역습을 많이 허용했다. 그래서 나이지리아도 기회를 많이 잡았다. 물론 우리가 많이 시달리겠지만 냉정함을 잃지 않고 상대의 허점을 노리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아르헨티나 전에 대한 전술 전략 준비도 마쳤다.
"심리적으로 접근하겠다.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다혈질 적인 성격이 강하다. 상대를 좀 더 어렵게, 초조하게 해 과격하게 만들면 우리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다윗이 이겼다. 우리도 충분히 세계의 벽에 도전할 수 있다."
그리스 경기에서 한국 사령탑 월드컵 첫 승을 이뤄낸 허 감독은 이제 남미 징크스를 털고 사상 첫 원정 16강에 도전한다. 허 감독은 "한국축구는 계속 발전해야 한다. 우리는 그 발전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16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요하네스버그=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