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마라도나, 24년만에 리턴매치

입력 2010-06-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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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를 기억하시나요? 86멕시코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아르헨티나와 격돌한 허정무(왼쪽) 감독이 공을 차단하다 상대 에이스 마라도나의 다리를 가격하는 장면. 외신들은 ‘태권축구’ 등을 운운하며 비꼬았지만 허 감독은 “사진이 찍힌 각도가 이상했을 뿐, 전혀 위험하지 않았다”고 했다. 스포츠동아DB

그 때를 기억하시나요? 86멕시코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아르헨티나와 격돌한 허정무(왼쪽) 감독이 공을 차단하다 상대 에이스 마라도나의 다리를 가격하는 장면. 외신들은 ‘태권축구’ 등을 운운하며 비꼬았지만 허 감독은 “사진이 찍힌 각도가 이상했을 뿐, 전혀 위험하지 않았다”고 했다. 스포츠동아DB

86년 멕시코 월드컵 선수로 격돌
마라도나 “태권도 축구 잊지못해”
냉정한 허 - 다혈질 마 성격 극과극
공격중시형·여론 뭇매 경험 같아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날아온 한 장의 사진은 해외토픽이 됐다.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 도중 한국의 허정무가 발을 높이 들고 아르헨티나 에이스 디에고 마라도나를 향해 날아오르는 장면이 제대로 찍혔다.

한국과 아르헨티나가 2010남아공월드컵 조 추첨에서 같은 조에 속하자 그 사진은 다시 세계적인 이슈가 됐다. 허정무 감독은 “사진 각도 상 그렇게 보여줄 뿐이다. 실제로 위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라도나 감독은 “당시 한국은 태권도 축구를 했다”며 허 감독과 한국 축구를 향해 도발을 했다.

사진 속 두 주인공이 24년 만에 재격돌한다. 무대는 남아공이다. 17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만난다. 이제는 기량이 아닌 지략대결로 승부를 낸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도 사진 속 두 주인공의 대결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

두 감독은 비슷하지만 또 다른 스타일의 지도자다. 허 감독과 마라도나 감독은 수비보다는 공격에 비중을 많이 두는 스타일이다. 특히 마라도나 감독은 선수 시절 자신의 플레이 특성 때문인지 수비보다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선호한다. 아르헨티나는 여전히 공격력 극대화를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또 월드컵 예선전을 치르며 수많은 선수들에게 대표팀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며 새로운 얼굴 발굴에 힘을 기울였다.

허 감독은 2008년 지휘봉을 잡은 이후 거의 100명에 가까운 선수들을 대표팀에 불러들였다. 이 중에 최종적으로 선발된 인물들이 이번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마라도나 감독도 국내파들을 대거 대표팀에 포함시켜서 테스트를 진행하며 월드컵을 준비했다.

월드컵 예선전을 치르며 여론의 비난을 많이 받은 것도 유사하다.

허 감독은 월드컵 예선전에서 북한과 연속 비기는 등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많이 흔들렸다. 월드컵 본선에 오른 뒤 비난에서 벗어났지만 2008년 힘든 시간을 보냈다. 마라도나 감독은 아르헨티나가 월드컵 예선을 어렵게 통과한 탓에 지금까지도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메시의 활용을 놓고도 언론과 계속해서 싸움을 하고 있을 정도.

하지만 두 사람의 성격은 정반대다.

허 감독은 조용하고 냉정한 반면 마라도나 감독은 남미출신답게 다혈질이다.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액션도 다르다. 마라도나 감독은 쉴 새 없이 벤치를 들락날락거리고, 계속해서 떠든다. 항의도 적극적이고, 액션도 많다.

반면 허 감독은 필요할 때만 벤치 앞으로 나올 뿐 선수들에게 많은 것을 맡겨 놓는다. 그리고 항의는 거의 없는 편.

24년 전 경기에서 웃은 주인공은 마라도나였다. 그는 아르헨티나의 3-1 승리를 이끌었고, 우승컵까지 손에 거머쥐었다.

허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은 뒤지지만 이변의 주인공이 되겠다며 벼르고 있다.

축구경기를 보면 양 사령탑의 표정이 한 화면에 잡히거나 한 장의 사진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는 허 감독과 마라도나 감독이 어떤 표정과 어떤 자세로 한 화면에 담길지 궁금해진다.

프리토리아(남아공)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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